가족

July 23, 2009 2:08 AM | Comments (0)


어쩔 수 없이 술을 또 살짝 먹고 들어온 밤, 내일모레 결혼식 동영상에 집어넣을 어린 시절 사진들을 이제서야 골라보려고 정말 이십년 만에 내 옛 앨범들을 다시 열어보았다. 어제 일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해 C에게 혼나는 통에 어쩌면 나란 존재가 그저께 쯤에 이 험한 세상에 불쑥 생겨난 것은 아닐지 의심스럽기도 여러 번이었거늘, 바랜 사진들 속에서 내가 벌써 삼십여 년의 시간들을 이곳에서 행복하게 지내오고 있었음을 상기할 수 있었다. 코에 힘을 주고 앨범을 끝까지 넘겨 나는 사진을 고르는 법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나를 중심으로 고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가족을 중심으로 한 장 씩 고르는 것이었다.

그래, 우린 알고 있다. 내일도 인사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집을 나설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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