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ust 2009 Archives

08/31, Mon

씨네큐브의 추억

나는 숫자 따위를 외우는 데는 그래도 조금 소질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애석하게도 나를 둘러싼 시간과 사건들에 대해서는 - C의 표현에 따르면 - 기억력이 형편없는 수준이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많기 때문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핑계를 대보기엔 이제 서른도 넘은 나이, 그리고 평생을 가져가야할 소중한 추억들의 상당 부분이 이미 지나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일 것이기에 몰래 안타까워 하는 요즘이다.

씨네큐브 광화문 오늘(31일)까지 운영, 예술영화관 종막을 고하다

씨네큐브도 돈 때문에 변고가 있는 모양이다. 아마 나보다도 엄마가 좋아했던 극장이지만, 나와 C에게도 씨네큐브, 흥국생명 건물은 뜻 깊은 공간이다. 특히 칠봄 레스토랑까지 있어 패밀리 레스토랑이면 질색하던 나를 그쪽으로도 개발시킨 건물이기도 하고. 운영주체가 바뀌는 것이지 공간과 제목은 이후 티캐스트가 운영하는 형태로 그대로 남을 듯하니 나 같은 사람은 잘 모르고도 지날 일이었을지 모르겠다.

바쁘다는 그놈의 생활에 쫓긴다며 애써 모른 척 하고 있지만, 우리 소중한 시간들과 잊지 못할 공간들은 우리 곁을 계속해서 지나치고 있다. 그때 무료혜택으로 씨네큐브에서 고상한 영화보다 졸고, 칠봄에서 잔뜩 퍼담아 기분내던 두 사람은 결국 부부가 되었다. 벌써부터 괜시리 그때의 아웅다웅 두 사람이 다시 보고싶어지는 이유는 무얼까. 변화는 행복하기도 쓸쓸하기도 하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때 나즈막한 공간으로 [전람회, 향수 中...]

08/21, Fri

언젠가 나도...

2009년 5월 30일 손자 종대에게 나의 일생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고 이웃사랑이 믿음과 인생살이의 핵심인 것을 강조했다.
- DJ 일기 中...

언젠가 나도 할아버지가 되겠지, 그때에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 어렸을 때는 할아버지 되는게 아무것도 아니라 생각했는데 살아보면 살아볼수록 그리 만만한 일만은 아님을 알게 된다. 이웃이란 단어, 왠지 오랜만이다. 으른들이 하나 둘 떠나시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08/20, Thu

음식쓰레기 노하우 없나?

결혼하고 나서 여러가지 변화가 생겼는데, 대표적인 것들 중 하나가 음식쓰레기다. 요리에 부쩍 취미가 생긴 C, 그리고 나도 10시 이전 퇴근이 가능하면 집밥먹기를 원칙으로 하다보니 자연스레 평일에도 음식쓰레기가 잦다. 아직은 준비하는데 한시간, 치우는데 한시간이지만 간단한 요리라도 집에서 저녁 먹는 시간이 행복한 만찬이다.

음식쓰레기를 매일 출근길에 버리고 있는데, 매일 임시 비닐봉지를 조달하는 것도 그렇고(1회용 비닐백이 정답?) 솔직히 매일매일 버려야하는지 궁금하다. 집에 짱박아두자니 냄새 나는 것 때문에 안되겠고. 이를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현명한가? 조금은 게으르면서도 충분히 깔끔한 처리 방법은 없을까. 새삼 이 녀석이 그리워지기도 하는 대목이다.

결혼한지 얼마나 됐다고, 오늘은 아직도 회사다. 10시 이전 퇴근이 불가능한 날이 잦아지고 있다. 왜 불가능한고...

08/12, Wed

결혼하고 나니

K님의 말 : 오늘은 외식할까?

C님의 말 : 응? 외식이라고? 신기하다.

그래서 ..
우리에게는 "외식"이란 용어가 생겼고, 나는 어제 설겆이하다가 칼에 손을 베고 있는 등이다. 아, 어제는 외식하지 않았고, 다만 아직 낯선 동네에서 정육점을 찾아 삼겹살 2인분을 달라고 했었었다.


두 사람의 새로운 시작에 많은 성원을 보내주신 여러분들께 고개 숙여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