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큐브의 추억

August 31, 2009 4:47 PM | Comments (0)


나는 숫자 따위를 외우는 데는 그래도 조금 소질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애석하게도 나를 둘러싼 시간과 사건들에 대해서는 - C의 표현에 따르면 - 기억력이 형편없는 수준이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많기 때문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핑계를 대보기엔 이제 서른도 넘은 나이, 그리고 평생을 가져가야할 소중한 추억들의 상당 부분이 이미 지나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일 것이기에 몰래 안타까워 하는 요즘이다.

씨네큐브 광화문 오늘(31일)까지 운영, 예술영화관 종막을 고하다

씨네큐브도 돈 때문에 변고가 있는 모양이다. 아마 나보다도 엄마가 좋아했던 극장이지만, 나와 C에게도 씨네큐브, 흥국생명 건물은 뜻 깊은 공간이다. 특히 칠봄 레스토랑까지 있어 패밀리 레스토랑이면 질색하던 나를 그쪽으로도 개발시킨 건물이기도 하고. 운영주체가 바뀌는 것이지 공간과 제목은 이후 티캐스트가 운영하는 형태로 그대로 남을 듯하니 나 같은 사람은 잘 모르고도 지날 일이었을지 모르겠다.

바쁘다는 그놈의 생활에 쫓긴다며 애써 모른 척 하고 있지만, 우리 소중한 시간들과 잊지 못할 공간들은 우리 곁을 계속해서 지나치고 있다. 그때 무료혜택으로 씨네큐브에서 고상한 영화보다 졸고, 칠봄에서 잔뜩 퍼담아 기분내던 두 사람은 결국 부부가 되었다. 벌써부터 괜시리 그때의 아웅다웅 두 사람이 다시 보고싶어지는 이유는 무얼까. 변화는 행복하기도 쓸쓸하기도 하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때 나즈막한 공간으로 [전람회, 향수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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