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ruary 2012 Archives

02/17, Fri

예쁜 UI의 승리? - PATH와 Pinterest

최근 빨간색으로 포인트를 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들이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모바일 SNS 서비스인 "PATH"와 스크랩 서비스인 "Pinterest"가 그것들이다. 우선 PATH는 페이스북과 비슷한 SNS 서비스인데, 그간 유독 모바일앱이 부실(?)했던 페이스북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탁월하게 예쁜 UI를 뽐내고 있다. 그러다 최근 무단으로 주소록을 저장한 것이 발각되면서 그러한 거품 인기에 그나마도 제동이 걸리고 있는 모습으로 보인다. 그에 비해, Pinterest는 Virtual Pinboard를 표방한 스크랩 서비스로서 SNS 시장에 새로운 Trend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도 최근에 궁금해서 써보다가 편안하게 빠져들고 있다. (내 Pinterest)

[How To Pinterest from Braid Creative on Vimeo.]

Pinterest의 최근 승전보들 - ex. 사상 가장 빠른 천만히트? - 에 대해 가장 당혹스러운 진영은 아마도 구글 Plus일테고, 페이스북도 주커버그까지 이미 가입해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정도니 그 행보를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시장에서 슬슬 페이스북의 Like 버튼이 실제로는 별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까지 새어나오고 있지 않던가. 요기 아래에도 선명하게 박혀있는 저 Like 버튼은 오직 주커버그에게만 충성하는 무시무시한 프락치 노릇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눌러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실은 인테리어입니다.)

실제로 활동하는 가입자수도 똑바로 밝히지 못하는 구글 Plus의 쓸쓸한 거짓말은 아마 끝없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고, 구글의 서비스/검색 통합 정책과 억지로 맞물리더라도 결국 백조가 되지 못한 미운 오리새끼로 그 끝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페이스북 사용자가 구글 Plus를 사용해야할 이유가 없으며, 사진들 이사하기도 귀찮다 - 페이스북의 Timeline은 또 얼마나 이쁜가? 특히 구글이 +1 버튼을 만든 것은 실로 부끄러운 일이었으며, 그러한 따라하기로 SNS 시장에서 어떻게 때워보려 했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는 일례로 남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Pinterest도 당연히 새로운 서비스는 아니다. 즐겨찾기(북마크)를 저장하는 서비스들은 이미 충분히 많다. 지금은 앙상하게 망해버린 del.icio.us, digg 등과 같은 맥락이고, 최근까지 충분히 건재한 Instapaper, ReadItLater 들과도 닮아있다. 이러한 즐겨찾기 저장 서비스들이 그간 겪어온 문제는 무엇인가. 바로 사용자가 스크랩은 계속 해대는데 스크랩북은 도무지 정리가 안되는 것이다. 나도 계속 del.icio.us에 무언가를 쌓고 있지만, 거기에 뭐가 쌓여있는지 솔직히 잘 모른다. 회사에선 집에 가서 차분히 읽어야지 하고 구글의 +1 버튼을 잔뜩 눌러놓지만, 또 그것은 그것대로 차곡차곡 긴 목록 형태로 쌓여서 주말의 스트레스가 된다.실은, 즐겨찾기를 웹에 저장하지 않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어쩌면 즐겨찾기란 PC마다 다 다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면서 평생을 보내야하는 것일 수도 있다.

다른 스크랩 서비스들과 달리, Pinterest는 웹에서 저장하고 싶은 주소(URL)들을 대표 이미지를 뽑아 Virtual 스크랩보드처럼 담아준다. 보드도 여러 개여서 스크랩들의 폴더 관리도 한 눈에 쏙쏙 들어오며, 회사의 PC에서든 거실의 아이패드에서든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물론, Follwing/Follow도 시원시원하게 잘 터지는 소셜 네트워크 스크랩북이다. 자연스레 Pinterest는 페이스북에 로그인 연동부터 기생하면서 페이스북의 Like 버튼을 대체할 기세다. 이미 페이스북 Timeline에 Open Graph로 연동되므로 'Pin it'(Pinterest에 URL을 저장)하는 순간, 페이스북 친구들에게도 실시간으로 전파된다. 직접 써보면, 예쁜 보드에 담겨진 내 소중한 스크랩들을 보면서 내 머리도 저렇게 정리되진 않았을까 착각에 빠지게 된다.

깔끔한 유료앱으로 쏠쏠히 재미를 보고 있을 Instapaper도 제법 데미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클리핑' 시장을 두고 Evernote도 Clearly 등을 추가로 내놓는 등 열심이지만, Pinterest의 UI가 워낙 압도적이시다. 대표 이미지로 스크랩들이 저장되고 관리되므로 진정한 시각화란 무엇인지 Pinterest는 보여주고 있다.

결론은, 심플하고 예쁘게 만들 것,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것! 참, Pinterest는 예쁘게 생긴 덕분에 주로 여자들에게 선호를 받고 있다고 하는데, 남자들은 안 쓸건가? 과연 남자들은 text로 스크랩해야할 일이 많기 때문일까. 여기서도 신조어 만들어 팔아먹는 펜쟁이들은 Pinterest를 또 '소셜 큐레이션' 어쩌고 거품 무는 모양이다. Curation? 박물관에나 있는 단어 아니었나, 우리의 즐겨찾기가 실은 Digital Asset이었다고? 아, 지금 안 읽으면 어차피 못 읽는다. 괜히 미련 떨면서 예쁘게 담아두지 말고 버려라, 버려. 다들 네트를 오염시키고 있다고!



[덧. PATH가 혹 섭섭해할까봐 ...]
PATH에는 "자다/일어나다"를 기록하도록 장려하는 점 - 왜? - , 최대 친구 수 제한이라든지 모바일에서만 접근할 수 있는 제한 등 페이스북을 살짝 비틀어보려는 시도들이 있으나 별로 재미없어 보인다. 다만, 참 예쁜게지...

덧 둘. Pinterest 안드로이드앱이 또 한국 마켓에서 조회가 안된다. 저작권 이슈 때문일까. 그럼 apk로 구해야하나.

02/06, Mon

갤럭시 노트는 어때요?에 대해

"갤럭시노트를 사는 것은 어때요?"라고 지난 주에 처형이 물어봤다.

삼성의 광고는 "노트"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자고 부추기고 있지만, 갤럭시노트는 실제로는 갤럭시탭 I을 살짝 작게 만든 것으로 봐야하지 않을까? LG도 5인치를 내놓으면서 "노트"라는 카테고리로 불러볼까 한다는데, '노트'는 그들만의 카테고리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도 겨울이니까 저런 삽질하는데 사람들이 모르는 척 별 말 안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5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그들에게 '노트'라는 4~5인치 크기의 폰은 스티브 잡스도 결코 반대했던 것처럼 애매한 포지셔닝이다. 그러한 크기는 태블릿에서 경쟁력을 결코 가질 수 없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단말 제조업체들이 지어내는 상상력의 결과이다. 휴대폰은 몸에 안 좋을지 모르지만, 바지 앞주머니에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이어야 한다. 그곳을 벗어나야 할 정도로 부피가 필요해진다면 그때의 수고스러움은 태블릿을 위한 것일 수 밖에 없다.

처형에게 아이폰5도 필요없고 한 발 정도 늦게 아이폰4S 구매하기를 권하면서, "아이패드를 안 써보셔서 '노트'라는 이상한 크기에 살짝 유혹이 될 수 있는데요, 아이패드를 써보면 노트가 참 어색해보일 수 밖에 없어요"란 이야기는 덧붙이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패드로 인해 폰 선택이 종속되는 시대가 도래하진 않을까 생각될 정도로 아이패드의 파괴력은 너무나도 막강하다.

삼성은 늘 한결같다. 피눈물 나는데도 어디가서 말 못할 갤럭시탭 가입자들은 또 버려두고, 다시 갤럭시노트를 이야기한다. 게다가 잡스 사후의 애플 진영에서 5인치 짜리 폰을 내놓아도 아리송할 판인데, 안드로이드 기반의 5인치 폰이라면 더더욱 믿을 수 없다. 안드로이드 OS는 태블릿을 지원하기에도 여전히 숨 넘어갈 지경이니 그 외의 다른 크기 지원에 대한 기대는 포기해야 할 일이고, 오직 삼성의 어정쩡한 애플리케이션 지원 - 그나마도 대부분 1회성 번들에 그치는 - 만 믿고 저 애매한 크기에 거추장스러운 펜까지 딸린 폰을 사기란 너무도 위험천만한 일이다.

삼성은 어설프게 크기로 혁명을 하잘 것이 아니라 옴니아, 갤럭시탭과 같은 과도기적 모델들의 사후 관리에도 개선을 모색해야 진정한 1등으로 거듭날 수 있을텐데, 그런 거북이의 왕도는 영리한 척 한답시고 못 가는 척 하겠지. 그러한 거북이의 실력은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으로서는 못 하는 것으로 보인다.

덧. 이러한 내 견해는 내가 지난 12월에야 옴니아의 할부에서 해방되었고, 최근에 선물 받은 S사의 가습기를 2번이나 A/S 받은 사실들과는 그리 연관이 많지 아니하지 않다.

02/01, Wed

클라우드, 유비쿼터스의 진정한 미래? - 디바이스 혁명에서 다시 네트워크로...

어제 저녁의 스팸 문자에는 이러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강원도 정선 카지노 실시간 영상 중계를 통한 참여 ... "
아니, 이것 또한 SaaS의 일종이 아닌가??

나는 스마트 디바이스의 미래상을 모토롤라의 아트릭스 형태 - 대형 화면이나 노트북 형태 등과 같은 스마트폰보다 더 큰 입출력 장치와의 자유로운 결합 - 로 생각하고 있는데, 그간 한 가지 간과한 점이 있었다. 스마트 디바이스의 연산/처리 능력이 어느 단계 이상 발전할 필요가 굳이 없어질 것이란 점이다.

이는 SK텔레콤의 MS 오피스 SaaS 서비스 - 모바일에서 MS 오피스를 윈도우7 환경 그대로 쓸 수 있는 서비스 - 나 고사양 PC 게임인 스카이림을 태블릿으로 중계하여 플레이할 수 있게 해주는 앱 등에서 나타나는 것과 같은 데스크탑 가상화 기술 덕분에 가능해질 미래이다. 이는 ASP 방식의 확장이라고 볼 수도 있겠는데, ASP처럼 서버에서 연산/처리를 하고 사용자의 브라우저에서 결과를 (HTML 코드 혹은 AJAX로?) 확인하는 지금의 수준이 아니라, 서버에서 가상화를 통해 애플리케이션 구동을 실제로 시키고 그 구동하는 영상 신호를 가입자 단말에 바로 스트리밍으로 뿌려주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인해 SaaS의 한계는 없어지고, 스마트 디바이스에 요구되는 컴퓨팅 파워량의 증가세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ZDNet] | "스마트폰으로 엑셀 쓴다"...SKT '클라우드앱'
[KOTAKU] | Want to Play Skyrim on a Tablet? There's an App for That

SaaS가 위와 같은 방식으로 본격화되면 될수록, 사용자 단말들은 컴퓨팅 시스템 중 영상 출력 장치와 입력 장치 기능만 담당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우선 수많은 고객들이 동시에 스카이림과 같은 고사양 게임들을 돌려댈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하면서도 "비용 효율적인" 서버 군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스트리밍으로 스마트폰의 화면 픽셀들을 프레임 손실 없이 꽉꽉 채우며 사용자의 버튼 조작을 십분의 1초도 머뭇거림 없이 서버와 주고 받을 진정한 광대역 네트워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 즈음에는 iOS와 Android의 플랫폼 전쟁이 지금보다 무의미해질 수 있으며, 덕분에 윈도우폰이나 HP webOS의 자리가 생겨날 지도 모른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덕분에 우리는 스마트폰이라는 엄청난 디바이스 혁명을 겪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클라우드와 유비쿼터스의 진정한 미래는 아직 아닌 것으로 보인다. SaaS를 통해 그러한 디바이스들이 그저 입출력 역할만을 담당하게 될 때가 곧 올 것이다. 디바이스 혁명을 겪으며 개인 휴대장치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듯 했으나, 다시 대규모 슈퍼컴퓨터와 네트워크로 기울게 될 것이다.

다시 카지노 스팸 문자로 돌아오자. (실제로 이용해보진 않았지만!) 아마 고객은 불법도박 제공업체의 장난질에 대한 걱정을 줄일 수 있을지 모른다. 고객은 "정선 카지노"라는 소프트웨어를 SaaS로 이용하는 셈이다. 실제로 고객이 정선에 가지 않아도 정선 카지노의 게임들을 고스란히 볼 수 있고 베팅은 소프트웨어가 대행해줄 것이다. 여기서도 사용자의 디바이스는 정선 카지노를 보여주는 것, 베팅에 관한 커뮤니케이션 기능 밖에 담당하지 않았다.

미래란 언젠가부터 참 애매한 표현이 되어버렸다. 사람들이 각자 겪고있는 시대가 다르기 때문이다. 위 이야기들이 누군가에게는 이미 익숙하게 찾아온 과거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아직도 까마득한 미래일 수 있는 클라우드 디바이드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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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다들 알고 있는 내용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요즘에야 알게 되어서 내 생각의 정리 차원에서 이렇게 쓸데없이 길게 또 남겨봅니다. 잘못 알고 있거나 놓치고 있는 점은 바로 잡아주세요.

[낮에 쓰고 밤에 다시 덧.] 나는 위 같은 흐름을 SaaS(Software as a Service)의 일종으로 이야기 하고 있는데, 이는 VDI(Virtual Desktop Infrastrucure, 데스크탑 가상화)로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지 모르겠다. 더 웃기는 것은 아트릭스가 이미 시트릭스의 VDI 기술을 품고 있었다는 것이지! VDI는 이미 기술적인 측면보다는 충분히 비용 측면의 문제인 듯 하다. 지금은 열 명을 VDI에 붙이려면 진짜로 윈도우를 열 개 사야한단다. 아직도 기술적으로 더 가야할 단계인듯 하다.

내가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어쩌면 VDI와 SaaS가 스마트한 모바일을 본격적으로 겪으면서 변증법적으로 통합될 것이라는 이야기였을까... 기술적으로 VDI와 SaaS는 다르다지만, 두 가지 클라우드 기술이 제공할 사용자 경험의 Goal이 과연 얼마나 다를까?

[소심한 사족.] 아마 이 글은 구글에 의해 "정선 카지노 중계"로 검색되어 뜻 있는 소수에게 읽히겠지. 헛걸음 하셨을 분들에겐 미리 죄송할 따름. 카지노 게임은 도박이 아니라 Player가 절대적으로 불리한 확률 놀이일 뿐입니다. 이길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