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 2012 Archives

07/12, Thu

구글과 애플의 전면전 - 구글의 본토침공, 애플의 해상봉쇄

  1. 애플이 아이폰에서 구글맵을 빼고 지도를 직접 그리겠단다.
  2. 구글이 iOS용 크롬, 드라이브를 출시했다.

두 진영간 대결은 이미 전지구적인 헤게모니 다툼 수준이다. 아무래도 수세에 몰리고 있는 편이 유력한 구글이 iOS 본토에 크롬과 드라이브를 상륙시킨 것은 모처럼 강력한 수였다. 그것이 지금의 구글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이나, 한편으로 이는 구글이 그간 그려온 미래의 일부를 포기하는 수순이기도 하다. 가족보다 우리를 잘 알고 있을 구글의 "gmail passport(?)"를 아이패드에서도 편히 연속적으로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구글은 안드로이드의 실패를 예감하며 크롬/웹 기반으로 미래를 그릴 수 밖에 없게 되었으며, 애플은 압도적인 iOS 플랫폼 기반의 미래를 확신하며 지난 세기의 승자였던 윈도우 진영까지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있는 중이다.

애플은 아직 클라우드 체계를 스스로는 온전히 구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속적인 iOS 경험과 끊김없는 컨텐츠의 소비는 가능하나, 구글과 같은 개인계정 기반의 통합적인 체계 - 브라우저, 문서도구, 일정관리 등 단 SNS 제외!! - 를 이루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 우리집에서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사진 연동이 아직도 잘 안되고 있는 이유는 대체 뭘까? 그렇다고 지금의 구글 플레이에서 컨텐츠를 팔아보겠다는 구글의 아득함도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긴 하다. 중요한 것은, 이제 애플은 자신들이 구축한 생태계에서 구글계로 연결되는 다리들을 하나씩 끊어버리고 있다는 점이다. Siri를 통해 검색의 일부를 가로채기 시작한 것이 은근한 한 축이요, 구글맵을 잘라내는 것은 노골적인 한 축인 것이다.

이번 구글의 I/O는 전략적이기보다는 "구글글래스" 처럼 퍽 만국박람회 풍이다. 나는 그것이 아마도 계속되는 과두통치 CEO 체제에서 비롯되는 분할손 탓이라고 본다. 자원이 풍부해서 어떠한 실험이든 가능하다는 점은 사실일 수도 있겠으나, 그렇다고 회사의 미래를 TV 리모콘 잡듯 마구잡이로 그어대다가는 결국 공든 탑이 무너지는 날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선택과 집중, 야심차고 이기는 방법만 아는 구글과 MS가 더 늦기 전에 배워야 할 것들이다.

안드로이드의 실패 원인이 단말의 성능이나 꼭 OS 탓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아이패드 때문이다. 아이패드가 너무 압도적이고, 아이패드와의 연속적인 사용을 위해 자연스레 다시 아이폰을 찾게되는 것이다. 여기까지 우리는 아이패드를 태블릿이라고 구분하였는데 아이패드는 이제 태블릿도 아니다. 다만 PC의 차세대 형태가 되어버렸다. Surface 같은 이상한 기기를 출시하거나 윈도우RT니 8이니 갈팡질팡하기만 바쁜 공룡 MS의 저 한심함은 결국 그들도 별 수 없이 그들의 아킬레스건인 Office를 iOS에 귀화하게 만들 것이다. 본토침공이란 것도 실은 본토에서의 투항으로 이어지는 그림일 수 있는 것이다.

요즘 맥북에어를 갖고 싶은 마음이 다시 꿈틀거린다. 아직 C에게 이야기를 꺼내보진 못하였지만.

참, iOS에서의 크롬은 OS의 제약으로 인해 빌트인인 사파리 브라우저보다 지금은 느리다. 현재로서는 브라우저의 외양과 북마크만 크롬이라는 표현해야 맞을지 모르겠다. 멀지 않아 진정한 iOS 크롬으로 거듭날 것으로 생각한다. 드라이브도 아직은 뷰어수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