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2012 Archives

09/13, Thu

단말의 진화는 끝, 스마트폰 시대는 이제 개발자들의 손에 ...

iPhone5, 흔히 예상됐던 대로 "One more thing ..."은 없었다. 스마트폰이라는 기기가 이제 어느 정도 종특(?) 설정을 마치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터치형 풀스크린에 무선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며 말귀도 알아듣는 휴대용 컴퓨터" - 스마트폰은 전화기가 아니라 컴퓨터에 전화 기능이 추가된 것으로 본다, 아, 전화 기능 얼마나 사소한가! - 정도일까? 오늘날의 우리가 더 이상 Personal Computer, 즉 PC의 신상품 발표에 크게 거품 물지 않듯이 스마트폰도 그러한 단계로 가는 듯 싶다.

기기의 진화가 어느 정도 완료되었다면, 제조사의 몫으로는 디자인과 컴퓨팅 파워 정도가 남겨지게 된다. iPhone5에 대한 사람들의 시큰둥한 반응을 반겨야 할 것은 어쩌면 삼성이기보다 다른 휴대폰 제조사들일 수 있다.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신성이 아닌, 디자인과 품질에 호소하는 시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저 거인들과의 싸움이 다시 해볼 만해지는 것이다. 갤럭시S3 LTE를 내가 2주 정도 써 본 결과, 쿼드코어에 램 2기가 정도 꽂으면 안드로이드도 물 흐르듯 잘 돌아간다. 그 정도 사양은 다른 제조사들도 곧 어렵지 않게 맞출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안드로이드는 여전히 무료다.

스마트폰은 iPhone4S 이후 디자인과 CPU/디스플레이/카메라 성능 경쟁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그러한 기술적 단계에 도달한 것이 맞다면, 애플의 이번 발표가 디자인과 그 '생산 공정까지' 강조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단말과 플랫폼의 진화가 어느 정도 일단락되었으니 이제 이러한 혁명적인 Infra에서 개발자들이 일구어낼 것들로 초점이 바뀌어야 한다. 우리는 윈도우만 바라보며 PC 시대를 보낸 것이 아니다. 물론, PC 시대의 Microsoft나 Blizzard, EA 등 소프트웨어 열강들이 이 새로운 플랫폼을 '연속적으로' 장악하기 쉽겠지만, 새로운 Microsoft가, Facebook이 태어날 가능성도 상당하다. 최근 모바일이 어렵다는 반성문까지 발표하며 주가 올리기에 급급한 페이스북만 보더라도 모바일은 은근히 낯선 신대륙임을 알 수 있다.

아마, 천재 스티브 잡스가 살아서 또 뭔가 새로운 것을 보여줬다면 그것을 우리는 스마트폰이라 부르지 말아야 했었을지 모르겠다. 애석하게도, 범인들의 스마트폰에 대한 상상력은 슬슬 이 즈음에서 끝나가는 듯 싶다. 혁신은 다음 기기에서 만납시다.

개인적으로는 어제 발표를 보며 iPhone5의 날렵한 디자인이 참 부러웠다. 다만 그 뿐이었으니, 나의 갤럭시S3 구매에 대한 후회가 생겨날 정도는 아니긴 하다. 그럼에도 LTE까지 잘 녹여낸 이번 iPhone도 계속 잘 팔릴 것이다. iPhone은 쿼드코어라서, 메모리가 2기가라서 사는 것이 아니니까. 어쨌든, 갤럭시S3는 도무지 한 손으로 잘 못 쓰겠다.

09/02, Sun

지금 안드로이드는 누구의 것인가

[Reuters] Exclusive: Google, Apple CEOs in secret patent talks
[조선] 애플에 완패한 삼성, 구글에도 배신당하나

지금까지 안드로이드로 재미를 본 이는 누구인가, 구글일까? 아니, 안드로이드가 구글에게 뭐가 돈이 되나, 제조업체들이 로열티를 내길 하나, 마켓(플레이?)에서 뭐라도 돈 주고 사는 사람도 없고.

삼성에게 안드로이드는 정말이지 탁월한 선택이었다. 혹자는 직접 살 걸 그랬다는데, 만약 그랬으면 바다 꼴 났을 것이다. 안드로이드는 익히 아시다시피 기술적으로 그리 고귀한 플랫폼이 아니다. 리눅스/자바 기반으로 굴러가는 모바일 OS는 아마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태생이 평범한 OS인 안드로이드를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은 구글의 막강한 실력이다. 물론, 안드로이드의 개방성과 저렴함 덕분도 크겠지만, 구글이 구축한 모바일 플랫폼이라는 신뢰가 우리로 하여금 이 답답한 OS를 지금껏 꾹 참게 만들지 않았는가? 오늘 삼성 스마트폰의 눈부신 성장엔 구글의 대가 없는 피눈물이 바탕이 된 것이다.

이제 구글이 안드로이드로도, 모토롤라로도 돈을 벌 수 없다는 것으로 정답이 나오는 듯 하다. 그러한 형편에 구글이 삼성만 웃게 만드는 안드로이드를 위해 추가로 희생할 이유가 있을까? 어쩌면, iPad에 크롬과 드라이브를 상륙시킨 시점부터 구글의 안드로이드 버리기는 시작되었을지 모른다. 구글은 지금 삼성을 배신하는 것이 아니라, 안드로이드에 대한 미련을 털고 있을 뿐이다. 삼성은 애플과 구글의 대리전을 치른 것이 아니며, 이미 자신을 위한 전쟁을 겪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삼성이 구글더러 치사하다 외치며 윈도우나 타이젠(이게 되겠니?)이니 다른 플랫폼으로 간다? 아직 삼성은 그럴 수 없을 것이다. IFA에서 아티브(윈도우폰)를 갤럭시노트2보다 먼저 선보였다지만, Windows 8은 저 쓰러진 거인 노키아만큼이나 불안하기 때문이다. Windows 8이 그래도 좀 해볼만해지려면, 삼성과 노키아가 죽어라 오직 윈도우폰만 출시하는 방법 정도가 있어보이는데, 그럴 경우에는 삼성이 지금의 지위를 위협받을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또, 직접 플랫폼을 구축한 들, '네이버검색에 티맵 붙인 삼성앱스' 수준이겠지.

아니, 삼성은 구글의 행위를 배신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안드로이드는 구글의 것이 아니라 충분히 삼성의 것이기 때문이며, 지금의 특허전은 안드로이드 맹주가 겪을 수 밖에 없는 필연이니 삼성으로서는 꼭 슬픈 일만은 아닌 것이다.

잠깐! 자, 여기까지는 "휴대폰-안드로이드" 이야기였다.

구글은 애플에게 이렇게 이야기하지 않았을까, "안드로이드로 휴대폰에선 뭘 더 하지 않을테니 그건 너희와 삼성의 문제고, 대신 이번 삼성 잡기에 구글과 안드로이드 코어는 건드리지 말아달라. 안드로이드는 사물들(things)로 이제 막 시작하고 있으니까". 안드로이드는 휴대폰에 국한된 것이 결코 아니다. 휴대폰은 시작일 뿐이고, TV, 오디오나 세탁기, 진공청소기 등 모든 전자제품 - 그래, 안경자동차에도! - 에 꽂기 쉬운 OS로 커나갈 것이다. 그러니 여기서 OS의 코어를 다쳐선 안 된다. 애플은 자신들의 고귀함(과연?)과 완결성을 지키기 위해 i플랫폼을 TV나 제한된 몇 개의 기기 정도 외에 추가로 확장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에 다시 서로 좋은 얘기들을 나눌 수 있었을 것이다.

여담이지만, 내가 지켜본 구글은 그들의 geek 특성 상 운영체제 팔아서 돈 벌고 싶은 마음이 없었을 것이며, 지금도 없을 것이다. 빌 게이츠가 왜 지금도 욕을 먹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