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오랜 욕망이라고? "공부하는 인간"을 보려다가

March 28, 2013 11:00 AM | Comments (0)


공부가 오랜 욕망이 아니라 (공부를 통해서) 출세하려는 것이 아이와 그 부모의 오랜 욕망이다.

이 다큐의 내용은 하버드생들이 본 동북아시아를 비롯한 제3세계의 기이한 학창 시절이다. 왜 서울대생들도 아니고 하버드생들의 초점인가? "하버드가 세계 1등"이란 명쾌한 답을 갖고 시작하고 있기 때문에 이 프로의 시선은 상당히 거북하다. 차라리 서울대생들이 하버드 견학을 가는 편이 기획 의도에 더 솔직한 편이지 않았을까.

하버드생들이 정말 그렇게 세계제일일까? "정의란 무엇인가?"냐고? 그들은 창의적으로 공부하고, 우리는 암기만 하다가 바보된다고? 하버드생들이 남의 나라 글자 외워가며 논어맹자를 해봤어야 공부 어려운 줄 알텐데 아쉽다. 미국 아이들이 잘난 것이 아니라 미국이 세계최강이고 그 아이들은 그 체제의 방식으로 미국 최고의 대학에 들어간 것 뿐이다. 그들이 세계에서 제일 잘 사는 것은 그들의 공부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20세기 이후의 공부란 것은, 죽어라 영어 못하는 한국이 영어 잘 하는 사람을 추리는 과정이고, 문 꽁꽁 걸어잠궜던 중국이 오랑캐말 배우며 중화로 다시 서는 과정에 다름 아니다. 공부가 다르다고? 글쎄. 다만 문화권마다 부가 세습되는 과정과 십대들이 사회화되는 시절을 보내는 패턴이 다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한국사람은 외국말을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버드생 여자애가 이쁜 것을 빼면, 검은머리 외국인까지 나오는 이 조롱 섞인 시선 가득한 다큐를 왜 보고 들 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자식 공부 비결이라도 있을까 싶어서겠지. 쓸쓸한 이야기다.

이 글은 제목처럼 이 다큐를 보려다가 만 사람에 의해 쓰인 글이므로 "소중한 시청료로 제작하는" KBS의 기획 의도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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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1. 1편도 보다가 중간에 꺼버렸다. 대치동 학원가 르포가 인상적이었다. 이 각박한 땅에 태어났으되 좋은 집안에 태어나 벌써 영어쟁이들이 된 아이들을 훔쳐보며 우리 팍팍한 엄마아빠들은 무슨 그림을 그려봐야 하나.

덧 2. 대부분 잘 나가는 삶들의 이력서엔 늘 다음의 한 줄이 있다. 유년의 해외 거주 경험! 그래, 이 글은 아마 열폭이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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