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2016 Archives

03/22, Tue

빅쇼트 - 그들은 로빈훗이 아니다.

  • 빅쇼트는 쿨한 편집과 세련된 음악 말고는 별로 재미 없는 이야기다. 남 돈 번 얘기 들어보면 다 그렇지. 특히 시장과 반대편에 서서 오래 인내하는 게임은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

TheBigShortCSHeader.jpg
★★★ 그들은 쿨하지만 로빈훗이 아니다. 이 영화의 설명은 그리 정치적으로 옳지도 않다. 그래도 편집과 음악은 좋아.

  • 드럼까지 쳐대는 크리스천 베일 덕분에 끝까지 봤다. 여기서 또 굳이 CDO를 이해하려 들자면 적분을 강의만 듣고 잘 하려는 것과 같다. 수학을 잘하려면 적분의 원리를 궁금해할게 아니라 닥치고 적분 문제를 풀어야 했다. 그걸 몰라서 평생 수학을 못했다. 금융위기의 주범은 CDO 어쩌고 하는 설명충들, 대부분 책장사더라(여기선 마고로비가 판다니 백권쯤 사자.)
  • 그래서 영화처럼 숏은 정의일까? 전혀. 당시 숏은 극소수였을 것이고, 걔네들도 당연히 세계평화에 별 도움되지 않았다. 정의구현은 커녕 "Too Big To Fail"이 실제 참상이었다. 절대로 금융공학에 심판의 망치를 날릴 수가 없는 구조이다. 그게 바로 신용이고 그걸로 여기까지 왔다며?
  • 결국, 금융위기로 돈을 잃은 사람은 누구고 정말 돈을 번 사람은 누구일까. 진짜 선수들은 애시당초 빅쇼트 같은 리스크도 지지 않고 비오나 눈오나 돈만 잘 번다. 빅쇼트의 주인공들은 금융가 변두리의 다소 괴상한 사람들일 뿐이었다. 그들을 로빈훗처럼 그리는 영화는 힘을 잃는다.

덧. 디카프리오는 울프오브월스트릿 같은 작품이 아니라 영화 내내 혼자 나와서 대사도 없이 끙끙거려서(레버넌트) 오스카 되었다니 안타깝다. 빅쇼트에 비하면 울프오브월스트릿이 세 배 쯤 낫다. 거긴 별 네개 주지, 암.

03/19, Sat

알파고 마무으리 - 계산

  1. 알파고는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하지 않는다.

    • 사람도 그렇게 두지 않는다.

    • 직관(Intuition)이라는 얼버무림으로 그간 덮어둔 영역을 계산으로 옮기는 작업들이 계속 늘어날 것이다.

  2. 알파고에게 가르친 것은 바둑 잘 두는 방법이 아니라 바둑이란 게임을 인식하는 방법이다.

    • 바둑을 보는 법을 통해 바둑을 잘 두는 방법은 스스로 계산하여 발견하였다. 바둑은 기계에 데이터를 input하기에 용이하고 그 양도 충분했기 때문에 바둑 AI가 이만큼 올 수 있었단 것도 놓치면 안된다.

    • 그래서 알파고 바둑은 해설이 안 되는 대목이 나온다.

이세돌, "알파고의 수법을 보면서 인간의 창의력, 그리고 그간 금과옥조처럼 들어왔던 바둑 격언에 의문이 생기긴 했다. 기존에 우리가 알고있던 것이 다 맞는 것인가?"

  1. 이미 현존하는 수준의 인공지능으로도 대체가능한 직무들이 충분히 많다. 아직은 사람이 더 비용이 싸게 들어서 다행이지, 자동화 비용은 계속 내려오고만 있다.

    • 대체 당신들이 얼마나 창의적인 일을 해서 먹고 산다고 다들 착각하고 있는걸까? 대부분 바둑도 아예 못 두면서(나도 못 둠, 특히 언제 끝내는건지 모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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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리가 하는 판단, 감정들도 대부분 계산의 결과이다.

    • "이기적 유전자" 이야기처럼 우리의 감정들이나 모든 생각들도 실은 유전자 잔존에 유리한 계산(혹은 저 오랜 프로그래밍)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

    • 3.과 마찬가지로 대체 본인들의 감정이 얼마나 독특하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일까? 결국 유물론적 사고로 가야하나요? 홍시는 달아서 맛있고, 곳간에서 인심나더라.

03/11, Fri

꼭 인공지능을 오늘 처음 만난 사람처럼

(나를 비롯해서) 알파고에 대해 뭔가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2/3는 바둑도 인공지능도 잘 모른다 - 블랙홀에 별 관심 없으면서도 인터스텔라에 다들 과학자가 되어 잠시 거품 물었듯이. 몬테카를로? 컴퓨팅 파워로 조만간 필요없어질 방법 아닌가.

바둑이 계산이 안 되는 게임인가? 계산을 하는 게임인가?
난 운전을 그간 왜 사람에게 맡겼는지 모르겠다는 구글의 말이 백 번 더 중요하다고 본다. 바둑 같은 게임, 놀이를 만드는게 사람이고, 바둑의 계산은 기계가 더 잘하는 게 이치 아닌가. 오히려 지금껏 그렇지 못한게 더 이상한거 아니야?!

인공지능 세상이 두렵다고? 늘 얘기하지만, 우리가 '음식 앞에서 V하는 사진' 말고 만드는게 뭐가 있을까. 그러니까 우리처럼 신통치 않은 계산질 말고 우아하게 밥벌이하는 분들은 몇이나 될까(근데, 소설을 기계가 쓴다는 구라는 아무래도 잘 모르겠다.) 서준이는 장차 뭐해서 먹고 살까.

N사의 검색처럼 "인공지능" 검색 결과를 똑똑한 편집자가 맞춤해 놓는 세상에 사는 사람들은 또 블랙홀이 어제 발견된 것처럼 떠들겠지. 그래도 어쩌겠는가, 우리가 다 그렇지. 아, 이세돌은 멋지고, 바둑은 누가 잘하건 여전히 그럴싸한 취미이다.

그래, 나도 오늘 처음 인공지능을 만난 것처럼... (나를 못 속여서 내 글은 클릭 수가 안 나온다.)

(2015.5) Will Your Job Be Done By A Mach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