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 2016 Archives

06/20, Mon

영화 Warcraft - 이야기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1. 그간 남편의 와우를 싫어라하던 C가 보고오더니 재밌다고 강추하여 그래도 C 몰래 방패 좀 던져본(?) 나도 혼자 24시에 맥주 한 캔 차고 보고 왔다. 포스터에서 본 배우들도 잘 모르겠고 오크 취향도 아닌 터라 별 기대 안했는데 웬걸 신나서 보고 왔다. 그 흥분을 잊지 못해서 모처럼 와우를 켜서 1렙 마법사 캐릭터를 새로 만들지 않나 쪽팔려하던 그리핀을 다시 꺼내타질 않나 주책을 부렸다.

  2. 반지의 제왕과 비교하자면 반지의 제왕은 사실 몰래 가서 반지 버리고 오는 얘기다 보니 미션부터 뭔가 패시브하다. 갠달프만 혼자 옳고 강해서 그것도 싫었지. 다만 오랜 상상들을 어설프게라도 재현했다는 데에 우린 박수 쳐준거고 재미없는 호빗까지 다 봐줬다. 난 1편 이후로 별로 재미 없었는데도. 스타워즈는 포스가 깨어났다면서 고작 옛날 스토리를 한 번 더 끙끙 트는 것도 답답했는데 게다가 시리즈의 기본 설정은 왜 망가트리는지. 왕좌의 게임은 우선 너무 긴데다 똘똘이스머프처럼 말들만 많고, 주인공들이 자주 죽어서 감정이입이 어렵다. 그에 비하면 영화 와우는 배경 설명을 잘 안 해주는 덕분인지 대놓고 속 편한 이분법적 갈등구조이고 타격감이 쉴만하면 넘쳐나니 다른 장르 연작물들과도 붙어볼 만하다.

   anaham_capture.JPG    ★★★☆ 분명 "영화는 아직 준비가 안 되었지만... 충분히 와우할 만하다."

  1. 오직 해본 것도 기사요, 최근 연구 중인 캐릭터도 늑대인간 곰인 나도 영화 속 카드가의 마법 시전 장면들을 보고나서 처음으로 게임에서 마법사 캐릭터를 새로 만들어볼 정도였으니 이 영화를 보고난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마법 장면의 쿨함일 것이다. 영화의 재미는 무턱대고 권할 수준은 아니다. 그럼에도 결국 아서스 사가(2편이 스랄, 3편이 아서스?)에 모두 열광하게 될 것이므로 그때에 어차피 1편부터 정주행해야할 터, 미리 극장에서 봐두자.

  2. 영화의 캐릭터들은 다 엉뚱하고 엉성한데 카드가만이 매력을 뿜어낸다. 카드가는 21세기 영화와 코드가 맞는다. Geek하기 때문이다. 영화의 주인공들이 점점 더 Geek해져 간다. 미션임파서블 헌트를 거쳐 빅뱅이론 셀든의 연장선에 있다. 우리는 레너드가 페니랑 연애하는 이야기에 공감하기보다 셀든의 머리 속이 궁금하다. 우리는 Geek해지고 싶지만, 실제로는 Geek해지기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아라곤이나 로서는 이제 정말 노인네같고 매킨토시 들고 왕따에도 강한 Geek들을 몰래 동경하고 있지 않냐 말이다. Geek이나 되어야 겨우 새 돈을 만들 수 있으니까.(한편으로 이에 대한 반동으로 로버트 드니로가 늙어서도 다시 팔리는 모양이다.)

  3. 이번 영화가 워크래프트 세계관 설정을 또 흔들었다고 오랜 팬들은 난리라고 하고 설명도 제대로 안해주는 등 분명 "영화는 아직 준비가 안 되었지만", 영화 워크래프트는 사전 지식이 필요없는 쿨한 영화다. 더구나 아직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다. 가야할 길이 멀다.

  4. 광고말씀 : 같이 와우 하실 분 모십니다.

    • 어떻게 엘윈숲과 죽음의 폐광을, 처음 군마를 타던 순간을, 낙스라마스에서 쿠사리 먹고 물빵 얻어먹으며 다음 트라이 기다리던 긴장감을, 그리고 얼왕 가겠다고 파티만 2시간 모으던 나른함을 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