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별로 유쾌하지 않은 심사로 잠을 청했던 바, 편안한 잠자리가 되기 어려웠다. 거기에 밤새 위 녀석들의 날개소리와 내 몸에 기어오르는 만행 때문에 잠을 더욱 설쳤다. 결국 새벽에야 자리에서 분연히 일어나보니 왠걸 족히 50여마리의 수캐미들이 닫힌 창가에서 전전긍긍을 하고 있는 꼴이 눈에 들어왔다.

창문을 열어주었더니, 시간이 지나자 씩씩한 녀석들은 날아가버린 모양이다. 그럼에도 벌써 지쳤는지, 포기한 듯 방 한구석에 모여있는 녀석들은 아예 관둔 모양이었다. 녀석들을 싹 걷어서 기념촬영하고 창문 밖으로 던져버렸다. 일개미들까지 분주했던 것을 보면, ‘여왕개미’가 정말 혼인비행이라도 했던걸까? 벌써 날고 착륙해버렸을지, 아니면 집을 나서지도 않았는지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녀석들은 날아야할 일이다. 꼭 ‘혼인비행’이 아니어도 좋다. 너희들의 날개로 대지를 누벼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래야 너희들 ‘生의 의의’ 같은 거창한 역사는 몰라도 최소한 어깨에 달린 ‘자랑스런 날개’를 한 번이라도 펴볼 일 아니겠냐구. 인간의 진공청소기 속으로 쳐박히는 건 참 우울한 일이지.

그래, 너희들은, 우리는 무엇을 남기려고 애쓰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 여왕개미는 만난거야?

덧. 컵 안에 갇힌 녀석들을 지켜보다가, ‘사회적 동물’들의 군대, 체력단련장에서 뜨거운 여름을 위해 땀 흘리던 수컷들이 떠올랐으니 재밌다. :) 그리고 여기서는 내 방에 개미들이 산다고 내 방이 더럽다는 의심을 받고 싶지 않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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