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진실’이란 대개 모호하게 마련이라 각색하기가 쉬운 법이다.

영화는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사회주의 동독이 무너지는 대전환기를 살아내는 한 가정을 비춘다. 남편이 서독으로 망명해버린 충격을 딛고 열성당원으로 활약하는 어머니 크리스티아네가 충격으로 8개월간 정신을 잃었던 사이, 동독의 모든 것이 바뀌었다. 간신히 깨어났으나 여전히 ‘지극한 안정’이 필요한 어머니에게 아들은 거짓말을 해서라도 동독 붕괴가 그녀에게 가져다줄 ‘정신적 충격’을 막아 어머니와 그저 오래 함께 하고 싶다. 이제 온갖 세트와 소품들이, 배우들이 캐스팅된 아들 ‘알렉스의 쇼’가 오직 병실을 쓸쓸히 지키는 어머니 한 사람을 위해 힘겹게 시작되었다.

아리안느(알렉스의 누나): 맛있게 드세요, 맥도날드입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며 모든 것이 정말 급속도로 변해간다. 알렉스의 누이는 맥도날드의 파트타이머가 되었고, 알렉스는 위성안테나 설치기사로 취직한다. 집안의 가구부터, 자동차가, 식료품들까지 삽시간에 서독 자본주의의 것들로 교체되었다. 소비자의 천국이 되었다지만, 동독의 공산품은 어디서도 구할 수 없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머니는 ‘스피리발 피클’이 먹고 싶으시단다. 하는 수 없다, 쓰레기통에서 ‘스피리발’ 용기를 주워다 다른 피클이라도 집어넣는 수 밖에. 은행에서는 40년 동안 모은 어머니의 전재산을 환전 기간이 지났다고 종이조각 취급하니 환장할 노릇이다. 알렉스의 누나, 아리안느는 우연히 스친 아버지에게도 차가운 표정으로 자본주의의 ‘맥도날드 인사’만을 할 뿐이다.

알렉스의 뉴스: ‘코카콜라’는 콜라가 50년대 동독에서 개발된 것임을 인정했습니다.

알렉스가 동독 시절의 멋진 모습들을 잃고 다 망가져버린 이웃들을 배우로 섭외하고, 동독 물건들로 선물까지 준비한 어머니의 생일파티는 어이없게도 ‘코카콜라’에 의해 방해받고 만다. 창 밖으로 ‘코카콜라’의 산만한 배너가 건물 외벽에 설치되고 있었던 것이다. 당황한 알렉스는 친구와 함께 직접 뉴스를 만들었다. 코카콜라가 동독에 들어오게 되었다는 엉터리 뉴스를 어머니에게 방영하는 가운데, 콜라는 1950년대 독일에서 먼저 개발된 것이란 귀여운 ‘체제 선전’을 곁들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독일통일이 가깝다. 어머니의 죽음도 가까운 듯 싶다. 마지막으로 ‘개국기념일 특집방송’을 준비하자. 알렉스의 뉴스에서는 동독이 서독을 흡수하였으며, 그의 영웅, 우주비행사 지그문트 얀이 통일독일의 새 수상이 되고, 전세계에 동독은 사회주의의 승리를 증명한다. 이제 어머니마저도 아들 모르게 독일의 ‘진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런 ‘사실’은 아무래도 중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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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기를 사는 것은 어떤 것일까? 이 영화에서는 ‘귀여운 장치’가 걸린 한 가정을 통해 독일의 통일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그들이 레닌과 ‘안녕’하고 작별하기까지는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주입식 교육 탓이든, 뭐든 간에 ‘체제에 대한 자존심’은 저 쪽이 더 세다는 것이 중론이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우연히 외출하게 된 어머니 크리스티아네의 머리 위로 레닌 동상이 헬기로 철거되어 가는 장면이다. 해가 저무는 빛이 감도는 세피아톤의 화면, 헬기의 부산거리는 소리와 함께 레닌이 떠나가는 모습, 그녀의 표정, 세 가지가 합쳐지며 영화는 ‘동독이 저무는 느낌’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감독은 ‘정신적 충격’을 받으면 안되는 어머니란 ‘귀여운 장치’를 잘 고안해냈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가족 이데올로기와 자연스레 부합되며 다큐멘터리를 넘어설 극적 효과까지 획득한다. 우리는 알고 있다. 알렉스의 억지 거짓말은 결코 ‘어머니’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알렉스의 집 밖 풍경들은 꽤 빠르게 재생된다. 집 밖의 변화는 견디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어머니를 핑계삼아 느리게 흐르는 집 안의 시간은 알렉스에게 안식을 준다. 알렉스가 정녕 꿈꾸었던 세계가 그의 어머니의 머리 속에만 그려지는 것이다.

감독은 그렇다고 동독으로의 치우침에 대한 안전 장치도 잊지 않았다. 아버지가 서독으로 망명하는 과정에서 어머니도 따라가고 싶었지만, 자식들을 잃을까 두려워 동독에 남아 열성당원으로 변모하게 되었다는 무서운 이야기다. 과연 ‘진실’은 어디에 있는가?

사회주의는 고립된 삶이 아닌, 타인과의 조화로운 삶을 추구합니다.

인생엔 물질보다 값진 것이 있죠, 선의와 노동,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입니다.

- 알렉스의 ‘어머니를 위한 마지막 뉴스’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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