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습관처럼 PC의 파워스위치를 눌렀다. 아, 하드가 갈리는 소리가 나며 부팅이 되지 않는다? 아무래도 이 하드 디스크 오래 못 버틸 것 같다. 오랜 e-Donkey Life와 ‘무리하고도 과도한’ PC 사용 탓이리라. 그래도 백업을 잘 챙겨서 해두는 편인데, 갑자기 60기가 짜리 하드가 죽어버린다는 생각을 하니 하늘이 아침부터 노랗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부팅은 간신히 성공하였고, 나는 백업을 결정하였다.[막 끝마쳤음.] 우선 내 Cyber-life 중 가장 소중한 이 페이지 부문, 지금 이 계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용량이 240메가[사진, 동영상 포함]이니 CD 한 장도 채 되지 않는다. 거기에 MySQL DB를 덤프하면,(이 페이지에 담긴 글들만 다 긁어모으면) 겨우 2.8 메가 밖에 되지 않는다! CD 한 장은 700메가.

PC를 그렇게나 끼고 살면서 결국 우리가 만드는 것은 얼마나 되는가? 나의 경우, 60기가 하드가 늘 좁아죽겠는데, 사실 백업해두어야 할 것들은 CD 2-3장 남짓이다. 나는 홈페이지 관련 파일들을 모조리 백업하고, 내 사진들과 동영상 클립 몇 개를 챙기고, 잡다한 문서파일들까지 다 갈무리했다. 그래서야 CD 3장으로 끝났다. [사진으로 두 장 채웠다는 고백.]

60기가가 사라질까 기겁하였으나, 결국 그 안에서 내가 만들어낸 것은 CD 2-3장 뿐. PC는 그저 플랫폼이기 마련일까 싶다. 지금의 공유시대[e-donkey, pdbox 등]가 도래하기 전엔 애플리케이션도 백업해두고 그랬는데, 지금의 나는 영화 한 장도 잘 굽지 않는다. 낭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수집벽이 있는 사람들을 이해는 할 수 있겠으나 나로서는 그것이 ‘비효율’로 느껴질 뿐이다.

집에 불이 나면 당신은 무엇을 들고 대피하겠는가?
내가 손으로 들고 다닐 수 있는 것[hand carry?] 가운데,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일까 하는 질문이겠지? 당연히 내 백업씨디들! 물건은 다시 사면 된다. 하지만 내가 만든 것들은 어디서도 살 수가 없다. 부디 내가 만든 것들이 계속 더 많아지길 바란다. 현대인들은 아무 것도 만들지 않게 되기 쉽더라.

디지털 데이터를 이처럼 애지중지한다고 하면 이상한 사람일까? 이는 내가 가진 젊은 날의 모든 기록들은 거의 다 디지털화 된 것이기에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박박 우겨볼까 한다. [사실 가능하다면 PC 본체를 들고 나갈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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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렇게나 열심히 만들어 온 것들은 CD 3장에 다 담기는 모양이다.

덧. 그리고 어느날 내가 인터넷에서 사라지면, 하드가 망가져버려서 이 PC를 다시 켤 수 없게 된 것이라고 짐작해도 좋을 것이다. 그때엔,[그런 계시를 받는다면] 입산해서 정말 도를 닦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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