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경우에도 인간의 ‘생명’은 산술적으로 접근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기에 김선일 씨와 관련한 내용이 언급된, 아래와 같은 개소리를 작성하는 것은 나 역시 실로 경우없는 짓이다. 그럼에도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언론과 빌어먹을 호사가들이 심히 거슬려 감히 한 마디 하고 지나갈까 한다.

추가파병이 완료되면, 한국은 미국, 영국에 이어 가장 대규모의 부대를 이라크에 파병한 ‘참전국’이 된다. 이 소식은 이라크 현지에도 1면 헤드라인 기사로 실렸으며, 덕분에 미국이 우리가 기특하다고 턱을 쓰다듬어 주었으니 흐뭇하다는 보도들도 있었다. 그렇게 대규모로 전장에 부대를 파병하면, 이라크와 적으로 대치하게 되는 국면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김선일 씨의 납치는 분명 예견된 것이었다. 그나마 아직 한국 현지에서 테러가 안 터지니 다행이다.

한국군은 평화 유지와 재건사업에만 종사할 것이라 한다. 그렇기에 이라크로부터 적으로 오인되는 것이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왜 현대건설과 삼성중공업이 이라크로 출장 가는게 아니라, 국군의 공병대가 파병되는가? 공병대는 무장한다. 급하면 바로 보병 부대로 편제가 가능한 것이다. [물론 그렇게 기능시켜선 곤란하겠지만…] 과연 한국군이 이라크에 가면 이라크인들을 죽이지 않을까? 세계에서 제일 강력한 미국의 군대도 난전을 피하지 못해 죽어나가고, 마구잡이로 살상을 해대고 있는데, 대한민국의 군대는 정말 그렇게나 특별하게 굴 수 있을까? 이라크 현지에서는 저항 세력과 민간인 구별이 잘 안 된다고 한다. 구경꾼이 갑자기 저항세력으로 돌변하거나 저항 세력이 행인들 속으로 파묻히면 어떻할 것인가? 대개 둘 다 갈겨대게 마련이다.

산술적으로 인간의 생명을 논하는 것은 결코 삼가야 할 일이나, 한국인이 죽이게 될 이라크인이 많을까, 이라크 테러단체가 죽일 한국군과 한국인이 많을까? 나라의 힘이 약하다 보니, 김선일 씨 같은 무고한 희생자가 나온다. 노무현 대통령이 파병하고 싶었을까?? 경제적, 정치적, 안보적 속국인 대한민국은 별 수가 없다, 부시가 그렇게나 졸라대는데에는. 그럼에도 盧와 ‘그의’ 열린우리당은 ‘차기 고민’에 벌써부터 들떠서 그저 우왕좌왕할 뿐이니, 정말 시대적으로 참되게 요구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자주적 움직임’에 대한 고민은 실종되어 보인다.

약소국의 설움을 몸으로 직접 겪어야 할 김선일 씨를 구해낼 수 있는 길이 제발 있었으면 좋겠다. 미국군이 이미 주둔한 이라크에서도 미국 사람을 구해내지 못하는게 비일비재인데, 한국의 무고한 인명을 구하기란 어려울 것 같다는 절망이다. 그에 대하여 최선의 시의적절한 노력을 다하는 정부의 대처와 국민의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까? 역시 불투명하다.

오늘 아침 YTN에서 관련 보도를 접할 수 있었다. 이제 익숙한 화면 구도이다. 어이없게 가장 역겨웠던 것은 어떤 X이 김선일 씨 가족과 인터뷰하는 목소리였다. 가족들은 절망과 슬픔이 절절한데, 그 X은 인터뷰에 성공해서 마냥 기쁜 자신의 감정을 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로또복권 당첨된 가족을 인터뷰하는 목소리더라. 인터뷰 자체도 자중하고 삼가서 치뤘어야 할 일이다. 마침 YTN의 화면 아래 뉴스티커에는 자랑스레 ‘YTN - 김선일 씨 가족 인터뷰 성공’이 스쳐가고 있었다. 빌어먹을 장사도 경우는 지키면서 해라.

덧. 대개의 경우, 인사치례 ‘위로’는 당사자에게 역겨움을 주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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