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유의 조잡함과 폐쇄적인 구조 탓에 고상한 이들로부터 숱한 욕을 얻어먹던 싸이월드가 10월 4일, ‘페이퍼’란 서비스를 추가하였다. 갑자기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새로 생겨난 메뉴 탓에 적지않아 놀랐을 것이다. 이 글은 그 놀라움을 조금이나마 달래보고자 하는 글에 불과하다.

프리챌이 야심차게 준비한 ‘섬’은 커뮤니티와 미니홈피를 접합시키려 했던 것 같은데, 더욱 복잡하고 번거로운 인터페이스를 보자니 누구를 위해 저렇게 만들었나 타겟 설정부터 종잡을 수가 없어 매우 실망스러웠다. 싸이월드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나로서는 이번 런칭, 대자본의 솜씨가 기다려졌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SK의 솜씨에 대해 일감으로 떠오른 것은 역시나 영리하시다는 것, 선두주자로서 누리는 지위를 유감없이 이용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페이퍼 서비스는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기반한 블로그 웹출판 시스템이다. 그간 괜히 RSS와 트랙백을 제공하지 않는 통에 별의별 욕을 다 들어먹어야 했던 싸이월드가 이제 RSS를 제공하고 트랙백이 가능한 블로그 서비스를 하니 퍽 재미있다. 페이퍼는 미니홈피 내부에 위치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층위로 존재하며, 미니홈피에는 페이퍼를 원활하게 운용할 수 있도록 RSS 리더[구독하고 참여하는 페이퍼 현황을 알 수 있음]를 내장한 격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그룹블로그 개념과 비슷한 ‘페이퍼진’ 서비스일 것이다. 블로그들의 메타사이트인 블로그코리아(http://blogkorea.org ), 올블로그(http://allblog.net ), 블로진 들처럼 각각 독립된 페이퍼들을 중계하여 그 자체를 웹진 형식으로 출판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을 구현한 것이다. 위 같은 거대 블로그 메타사이트들에 의한 불특정 블로그 중계[별로 돈이 되지 않는] 단계를 넘어서서 흥미/관심사 위주의 소규모 블로그 메타사이트들이 출현해야한다는 것이 그간의 중론이었다. 블로그 업계에서 [재수없는?] 독불장군으로 외부와 소통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던 싸이월드가 ‘페이퍼’ 서비스에서 rss와 트랙백 기능도 추가하며, 새로운 선진 기능을 제시하고 있으니 역시나 영리하시다는 것이다.

이제 블로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새로운 블로그 서비스들이 난립하고 있다. 그러한 와중에 넷을 접속하는 모두가 대개 하루에 한 번 이상은 방문하는[내 과장일까?]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위력은 실로 막강하다. 페이퍼가 그러한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접속과 확산의 기반으로 삼는 데에 충실했다는 점이 앞으로의 향방을 더욱 궁금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싸이월드는 싸이월드이다. RSS, 트랙백이 엉성하며 여전히 인터넷 익스플로러 이외의 브라우저로는 볼 수 없으며, 도토리 판매를 더 해댈 것이다. 더구나 저작권에도 치명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이용자가 페이퍼에 게재한 글들을 모아다 SK가 책을 만들어 장사해도 이용자는 한 푼도 받을 수 없다고 약관에 나와있다! 심지어 탈퇴해도.] 그렇다고 해서 싸이월드에 대고 쌍욕을 할 이유를 찾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RSS와 트랙백 기능이 어설픈 것은 아직 서비스가 원숙기에 다다른 것이 아닌, 개장 첫날이기에 두고보아야 할 일이다. 그리고 [나 역시 FireFox를 끔찍히 사용하지만], 싸이월드를 즐겨쓰는 사람들이 타 브라우저를 사용할 확률은 많지 않아 보이며, 그렇기에 SK나 네이버가 그러한 기준을 맞춰줄 필요성을 찾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과 관련한 약관은 비단 싸이월드만의 문제가 아니다.

SK나 네이버를 향해 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담고 있는 ‘마인드’를 탓하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네들은 사기업이다. ‘싫으면 다른 서비스로 가’라는 투인 그네들의 횡포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일 수 있다. 과연 모두가 사랑하는 이글루스(http://egloos.com ) 서비스가 어떻게 수익을 창출할 것인가. 싸이월드의 미니홈피, 페이퍼, 네이버 블로그, 모두 상품일 뿐이다. 지금은 비교적 잠잠해진 블로그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논의는 ‘블로그學’이라도 창시하여 따로 다루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상품에 대해 욕하는 데에 그칠 것이 아니라, 그러한 저질 상품이 유통될 수 밖에 없는 구조와 자본의 작용 과정을 탓해야 올바른 비판에 가까워질 확률이 높을 것이다.

싸이월드 측은 “미니홈피가 기존 홈페이지의 단점을 보완한 것이라면 페이퍼는 점차 미니홈피화 되어가는 기존 블로그의 미디어 기능을 보완한 것”이라고 페이퍼를 소개하였다고 한다. 물론 싸이월드가 그에 대한 정답을 제시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미니홈피화 되어가는 기존 블로그’에 대한 지적은 맞다. 나는 너의 어제가 궁금할 때, 너의 미니홈피를 찾을 것이다. 싸이월드의 미니홈피가 그에 대한 가장 좋은 상품이 되어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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