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교보문고에 들렀다. 가끔 찾는 서점 길에도 구매행위까지 이어지는 일이 드문 것을 보면 지갑이 참이슬을 만날 때처럼 안 나가는 것이 답답하다. 그리하여 매달 급여의 십분지일은 책을 사 보는 데에 쓰겠다는 것이 새해 다짐 중 하나였으나 첫 달은 어물쩍 지나갔고, 벌써 둘째 달에도 그리 신통치 않은 것이 사실. 나의 독서편력은 원래도 조잡한데 최근에는 대놓고 실용서들만 챙겨보는 것이 다소 걱정스럽지만 당분간은 이대로 지낼 생각이다. 이번에 구입한 책들은 계속 벼르고 있었던 장하준, “사다리 걷어차기” 와 오늘 처음 본 무디스, “무디스의 전략투자, 리스크분석”이란 책 등이다. 전자는 선진국들의 개발도상국들을 향한 경제적인 설교가 “내가 행한 대로가 아닌, 내가 말하는 대로 하라”임을 밝히는 명서로 세간에 충분히 알려져 있고, 후자는 NPV,IRR의 오의(?)에 대해서 좀 알 수 있을까 해서 구했다. 그리고 주식투자 관련해서 책을 샀을지도 모른다? - 새로운 포트폴리오 물색중!

표지들은 형형색색 이뻐서 꽂아두면 그럴싸해보이지만 참 집에 둘 필요 없는 책들이 - 재미도 없기 때문에 - 주로 마케팅/경영이란 장르에 많은데, 이를테면 10억만들기, 주식투자법, 처세술, 다이어리나 심지어 메모 쓰는 법  같은 책들이다. 대체 메모 쓰는 법이 작년 화제 베스트셀러였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아마 그 책을 구입한 사람들은 메모라는 현명한 습관과 원래부터 거리가 멀었고, 그나마 시작한다 해도 3달안에 메모를 관둬버릴 사람들일 확률이 높다. 다만, 장수는 잘 넘어가니 독파를 즐기는 이에게 강추한다. 10억만들기는 10억 못 만드는 사람들이 쓴 책이고, 대개 주식투자법 관련 서적은 경마장에서 그 날 지나면 거저 뿌리는 마권지나 다름 없다.

아무튼, “단순하고 무식해야 행복할 수 있다”란 책이 발간된 모양이다.  그 책의 광고가 작년 최고의 베스트셀러인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에 빨갛게 둘러져 있었다. 이건 무슨 뜻인가? 괜히 웃음이 나왔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우화책을 관심있어 하거나 선호하는 이들은 단순하고 무식할 확률이 높다는 뜻은 아닌가. 물론 “누가…” 우화가 담고 있는 내용은 “당신이 먹고 있는 어떤 치즈도 결코 영구적인 것이 아니니 주의하시오”란 심각한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그 설명을 단순하고 무식하게 잘 해주고 있는 편이긴 하다.

단순하고 무식해야 행복할 수 있다는 데에는 결코 동의한다. 그럼에도 단순하고 무식하게 굴어서 행복해졌다는 25편의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그런 높은 경지에 이르기는 절대 쉽지 않을 것이다. 저자가 “미모는 사라져도 멍청함은 영원하다 Beauty Fades, Dumb Is Forever” 같은 책을 썼다고도 하는 걸 보면, 그는 재밌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도를 얻으려거든, 10억을 만들려거든, 행복해지려거든, 스스로 부지런히 뛰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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