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참이슬”의 오랜 팬으로서 최근에는 주당 친구들의 저어함에도 불구하고 두산 “처음처럼”을 즐겨찾고 있는 중이다. 어제 동네술집에서 친숙한 점원이 새로운 진로 “후레쉬”(?)를 권하기에 미심쩍으나 진로팬으로서 한 병을 시켜보았는데, 역시나 실망하였다.
“처음처럼”이 서울시장 점유율 22%가 넘어섰다고 하니 진로로서는 당황스러울 노릇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후발업체를 선도업체가 대놓고 따라하는 것은 정석에 어긋난다. 왜 사람들이 “참이슬” 대신 “처음처럼”을 택하였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과 그에 따른 개선은 없고, 다만 후발업체를 따라하기에 급급하였으니 “처음처럼”의 선전은 더 가열차질 것으로 보인다. 진로가 19.8도까지 낮추어 소주로서의 느낌을 크게 죽여버린 것과 라벨의 글씨체마저 흉내낸 것은 나 같은 참이슬의 오랜 팬에게는 매우 실망감을 안기는 처사이다.
진로가 참이슬을 출시하면서 스스로를 혁신 - 컨설팅 사기꾼들이 사랑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 하였던 것은 탁월한 성공 사례 중 하나이며, 진로의 경쟁상대는 아직도 그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처럼”이 선전하였다고 하는데, 한국사람들이 그간 오직 “참이슬”만 주구장창 마셔대는 것에 대한 의아함은 왜 없는가? 다만 “처음처럼”의 선전은 “진로”를 “참진이슬로”가 대체한 전략과 같은 로직일 뿐이다. 거기에 더하여, 수년간 너무 “참이슬”만 먹으며 살아온 세월들에 대한 일시적인 반동이 작용하였다고 본다.

25도에서부터 내려오기 시작하여 19.8도까지 떨어트린 저도화 방법은 이미 식상하다. 사람들은 맛이 아니라 “처음처럼”의 외향에 혹 했을 뿐이라고 본다. - “처음처럼”은 무미무취이기 때문이다. 일부 변덕스러운 소주애호가들은 벌써 “참이슬”로 돌아오고 있는 중이다. 진로는 일시적인 시장 점유율 하락에 놀라 생각없이 “처음처럼” 흉내내는 데에 철판을 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혁신해야 하는 고민의 원점으로 돌아와야 할 것이다. 어렵겠지만, 그러한 근본적인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그 “OB맥주”도 “하이트”에게 자리를 내주고 떠난 사례도 있겠으나, 아직까지는 한국사람들은 “진로”라는 브랜드가 주는 애환에 충분히 중독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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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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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4th, 2006 at 11:41 pm
꽉
너무 급속도로 쳐올라온것이 진로에 위협을 느껴졌을까? 나도 참이슬이 내려간 소식을 접하고 조금 놀랐었어. 뭐야, 더 떨어뜨리고 말야. 거의 비슷한 공법에.. 누가 그러더라. 이젠 소주의 “카~” 할수 있는 독한 맛이 없어졌다고. 그럼 소주를 마시지 말고 다른걸 마시는거지. 맥주의 톡쏘는 시원함 처럼 소주도 저 독한맛이 고유의 맛인데.
암튼
보고 있으니 술이 살짝 생각나는 새벽녁입니다. ^^
September 6th, 2006 at 4:28 am
이전구
수동트랙백? ㅋㅋ
http://blog.naver.com/ppp2009/80028375275
September 8th, 2006 at 2:57 pm
케이제이
꽉 // 소주의 카~ 할 수 있는 독한 맛은 이미 충분히 희박해졌는데… 참이슬이든, 처음처럼이든… 소주는 쓴 맛이 맞다고 봅니다. 그 애매한 쓴 맛, 쓴데 왜 먹을까 싶은… 취하려고 먹는것도 아닌데 말이지.
이전구 // 무려 수동트랙백까지 걸어주시니 감사, 트랙백 문제는 고민중…
그렇게 얘기해보자면, 눈감고는 콜라와 사이다도 구별 못하면서 열심히 마셔대는 우리는 왜 그럴까. 이미지, 그리고 이미지가 주는 암시가 결국 맛까지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음. 그렇기에 이번 작업, 저도 소주로 떨어트린 데에 큰 의미를 두기보다 라벨을 흉내낸 것에 더 큰 실망을 느꼈다는 것이 위 글의 취지일 수 있겠음.
갑자기 신현철을 만난 채치수가 떠오르는… 그렇다고 처음처럼이 결코 신현철과 같은 플레이어는 아님!
September 12th, 2006 at 2:18 am
이전구
맥주와 소주도 가리지 않는 판에 참이슬과 처음처럼을 가리겠습니까. 오늘은 걸죽한 막걸리에 대취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