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타인의 삶”은 동독 시절, 예술가들을 도청하며 검열하던 비밀경찰이 그들에 동화되어 애국이라는 미명 아래 행해지던 비인도적 탄압의 부조리함을 깨닫고 그들을 돕게 되는 과정을 담은 영화이다. 냉전의 체재경쟁을 겪은 분단국가인 남한에서도 이러한 배경은 익숙하다. 자칫 무겁게만 흐를 수 있는 영화가 감독의 균형 감각으로 깔끔한 전개를 보였고, 끝날 즈음엔 훈훈한 후일담 - 어쩌면 영화 자체? - 으로 가슴을 따뜻해지게 한다.
“신해철, 70년대에 바침”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지나고 나서 떠들기는 쉽지만 그 때는 그렇게 쉽지 않았다. 주인공은 자신의 목숨까지 걸고 그가 믿었던 가치들을 지켰던 것이고, 잘 나가던 안기부 요원은 우체부가 되어야 했다. 비밀경찰을 배신한 주인공에게 고위 간부는 죽을 때까지 썩을 각오하라며 저주를 퍼붓는다. 그렇게나 영원할 것 같던 암흑시대도 다행히 4년만에 막을 내린다.

주인공이 모든 것을 감행할 수 있었던 용기는 무엇이었을까. 감출 수 없는 진실 때문이었을까, 외로움 끝에 사랑 때문이었을까.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정 때문이었을까. 위 영화를 보면서 한반도에도 숨겨진 그런 사연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것이 사람살이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러했기에 아픈 시대를 묵묵히 견딘 이들의 추억에 박수를 보낼 수 있는 이런 날도 찾아올 수 있었던 것이지 않을까. “그들을 위한 자리”(“Es ist für mich”)가 있는 건강한 사회가 되길 빌면서 줄인다.
C와 나, 모두 요즘 들어 본 영화 중 제일 좋은 작품으로 꼽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덧. 스토리 참고 및 OST; Die Sonate Vom Guten Mensc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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