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ippee-Ki-Yay!”
다이하드 시리즈의 오랜 팬으로서 고대하던 다이하드 4 개봉을 맞이하였다. 제법 댄디했던 맨발의 형사 - “허드슨 호크” - 가 이제 전쟁영웅 - “태양의 눈물” - 의 모습으로 12년만에 다시 돌아왔다. 영화는 모든 길이 인터넷으로 통하게 된 Web 2.0 세상에서 “다이하드” 그 첫번째 편이 가졌던 진실된 아날로그에 대한 오마주로 보인다.
“자넨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형사야.”
미국의 중심을 넘어 세계의 중심이라는 뉴욕의 경찰, NYPD 존 맥클레인은 세계의 경찰국가라고 우기는 미국에 대한 메타포 그 자체이다. 냉전시대가 끝나고 스타일이 점점 구겨져가는 미국처럼, 섹시하고 날렵하던 맥클레인은 머리가 완연히 벗겨지고 몸도 프로레슬러처럼 둔해졌다. “16 blocks”에서의 우울한 모습이 자꾸 오버랩되는 것은 아무래도 어쩔 수 없다. 문자메시지 보내는 방법도 모를 것 같은 맥클레인은 이제 퇴물이다?
“꼭 잊을만 하면 망할놈의 테러범들이 나타나서”
잊을만 하면 테러범들과 얽힌다는 맥클레인, 이번에도 능청스럽게 죽을 고생하며 세계의 평화를 구한다는 내용이다. 상대는 최고의 해커와 미녀쿵푸 메기 큐 일당. Geek들이라 아무래도 박력이 부족하지만, 시대가 그렇게 변해가는걸 어쩌겠는가. 그럼에도 예나 지금이나 말썽꾸러기들을 잡을 수 있는 것은 총알이 떨어지면 차를 집어던져 헬리콥터를 격추시키는 맥클레인 밖에 없는 것이다.
“작전은?” / “루시를 구하고 다 죽이는거야.”
이번작부터 부임한 “언더월드”의 렌 와이즈먼 감독(75년생)은 젊은 나이답지 않게 “스모킹아이즈” 따위의 무분별한 살상 화면에 몰두하지 않고, 화면 가득 잘 짜여진 액션씬을 성실하게 보여준다. 되도록 CG를 자제하고 아날로그 촬영에 애썼다는 영화는 “리쎌 웨폰”, “스피드” 등과 같은 8-90년대 액션영화들의 스케일이 더욱 장대해진 느낌이다. 무너져가는 고가도로에서 전투기와 맞장뜨는, 어느 형사보다 무지막지한 맥클레인이다. 그런 그가 어린이들도 볼 수 있는 PG-13을 맞추기 위해선지, 게임 “메탈기어”의 비살상 잠입작전 중인지 테러범들의 숨통을 끊기보다는 안전하게 제압하는 장면들이 꼭 제시되는 것도 흥미롭다.
“아무도 하지 않으니까”
영웅 되어봐야 피곤하기만 할 뿐이라는 맥클레인은 마치 부시의 대변인처럼 대사를 읊조린다. 아무도 하지 않지만, 누군가 꼭 해야할 일이 중동을 갈아엎어서 석유값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아닐텐데. 세계 평화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누구인가? 평소에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않다가 위급한 순간에 결국 아버지를 찾는 딸의 모습은 테러가 닥치면 미국에 의지할 수 밖에 없다는 으름장과 다름 아니다.

“총알이 없어서”
잘못된 시간에, 잘못된 장소에, 잘못된 상황. 거기다 총알도 떨어진다. 우리가 그리워했던 것은 그러한 최악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Die Hard”였다. 모든 것들의 온라인 이주가 일어나고 있는 21세기, 우리는 이 0과 1의 조합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 것인가. 은행 잔고액수가 어느날 갑자기 0이 되어버린다면 어디서 근거를 찾아야 하나? 영화는 진실한 아날로그의 힘 - 완력? - 을 보여주고자 노력했다. 이제 Web 2.0 시대를 맞이하여 세상을 여러 번 구했던 형사도 새로운 Geek 동반자의 도움을 받아야하지만, 여전히 현장에서 맥클레인은 건재하다. 0과 1의 디지털 코드가 존재할 때부터 나타내고자 했던 것은 바로 아날로그인 것이다.
( KJ ★★★★, C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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