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어째 남들이 안 보는 드라마만 골라서 보게 되는 요즘이다. 더구나 이번 경우는 관련기사나 입소문은 커녕, 소파에서 졸다가 챙겨보게 된 경우다. 그만큼 드라마의 흡입력이나 구성이 탄탄했고, 배우들도 맛깔나는 연기를 보여주었다는 반증이 아닐까.

이훈/소유진, 주현/양금석 바탕에 신예 이채영/민석 등이 합류한 드라마, 유사 이래 가장 잘 팔리는 갈등 구조들인 출생의 비밀, 정략결혼 속 4각 관계, 상속다툼이 모두 얽혀있다. 거기다 미스터큐 - 수호천사 - 요조숙녀로 이어져온 ‘사내커플 직장생활 극복기’의 계보를 이어 이훈 이사와 소유진 비서도 제법 비즈니스를 펼친다. - 회사일이 과연 저리도 단순하고 쉬울까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지만, 또 그렇게나 복잡할 건 뭐 있겠나. 그럼에도 이 드라마는 방송 스케줄이 밀리기 일쑤였고, 주 1회 뿐 금요일의 늦은 시간 대, 젊은 사람들이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배우들의 기용 탓에 흥행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아들찾아삼만리

경력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은데도 - 히트작이 없어서 받는 오해일 수도? - 작가와 감독의 이야기 전개 및 연출 솜씨는 탁월하며, 배우들의 연기도 탄탄하다. 두시간 내내 하나의 표정만 짓는 통에 때로 한국 영화계를 위기에 빠뜨리는 여배우 J나 K 같은 이들에 비해 소유진의 연기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솔직히는 신예 이채영 때문에 보게된 드라마지만, 소유진만 봤다. 기업을 일군 왕회장을 연기한 주현, 세컨드 출신의 사모님을 연기한 양금석의 연기도 보는 재미가 충분하다.

이 드라마의 모든 갈등은 돈과 적나라하게 얽혀있다. 배 다른 형제가 싸우는가? 아버지가 돈이 많아서. 자식은 왜 버리나? 부자집에 새 장가 가려고. 이훈은 왜 소유진과 바로 결합하지 못하는가? 이채영이 돈줄을 끊겠다고 해서. 돈을 둘러싼 갈등 구조들의 앞뒤가 모두 딱딱 들어맞는 것은 아니지만, 이 드라마는 아는 척 모르는 척 이놈의 돈세상을 솔직하고 천연덕스럽게 설명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어디 돈 빼놓고 무슨 이야기가 되던가 말이다.

결국 이 드라마는 미혼모 소유진이 삼만리를 돌고돌아 재벌2세 이훈과 재혼하기까지의 멀고도 힘든 여정을 담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작가가 얄미운 것은, 소유진에게 계속 돈을 좇지 말라고 강요하는 점이다. 마치 금도끼 은도끼 우화처럼 종영 마지막 5분 전까지도 돈을 마다한 소유진이 복 받는다. 없는 이들보고 욕망에 솔직하지도 말라고 점잖게 타이르는 것 같아 보기 불편한 마음이 없지 않았다.

아,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안타까운 이들은 월급쟁이들이었다. 모두가 화합하는 엔딩의 웨딩 세레모니 씬에서 월급쟁이들만 어디가서 죽었는지 살았는지 식장에 못 들어왔다. 그저 재벌가 상속 다툼 장기판의 말들이었거늘, 부장이 무슨 죄가 있나. 월급쟁이들이여, 명심할지어다. 자고로 줄을 잘 서야한다!

※ 1/25 종영했지만, 하나TV를 통해 21편 전편을 손쉽게 무료로 챙겨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이 드라마에 대해서 나보다 더 열심히 리뷰를 쓰거나 쓸 사람이 한국에 없을 것 같다.
그래서 한 마디, “소유진 씨, 잘 봤습니다! 이훈 씨처럼 후속작 잘 잡으시길.”

Local Tags: romance, 드라마, 소유진, 아들찾아삼만리 이훈
technorati logo Technorati Tags: , , , ,

[Related Posts] No related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