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Sm+UlbQ4WSPEn/oDNnY84K3SenDCavcMPOKNuxclXU=
내 인생에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가 끼친 영향은 실로 막대하다. 태어나 처음으로 영화관에 가서 본 영화가 시리즈의 2편이었고, 루카스아츠에서 3편을 각색하여 내놓은 게임이 너무 하고 싶어 심각하게 부모님을 조르고 졸라 집에 286 PC를 들여놓게 된 것만 보아도 그렇다. 에, 그러니까 그것이 19년 전인데… 4편 관련한 제작루머 등에 십여 년간 속으면서도 다시 한 번 그의 멋진 모험을 볼 수 있길 꼬박 기다리며 지내왔던 것 같다. 비정상적 연속야근 때문에 개봉일이 이틀이나 지나서야 2편을 봤던 그때 그 대한극장을 C 덕분에 찾을 수 있었다.

해리슨 포드가 한 솔로는 다시 안 해도 존스 박사 역할은 몇 번이고 하겠다고 한 것처럼 인디는 팔방미인, “하이브리드” 그 자체이다. 세상의 근원적인 비밀을 연구하는 고고학자가 싸움도 잘하고, 여자들한테 인기도 많다. 그러한 쿨한 - 섹시한 인텔리 마초? - 모습들이 사춘기 소년을 얼마나 매료시켰던가… 애석하게도 박사께서는 3편까지 분명히 도서관에 있으라 하셨거늘, 어찌보면 가장 중요했을 그 면모를 나는 철저히 못 본 척 한 것 같다. 고고학까지는 못해도 다만 한자공부라도 했었어야지?
이미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하고 있다는 4편은 스스로 전편들의 오마주에 다름 아니다. 구성이나 전개도 전편들을 재현하기에 바쁘다. 영화의 첫 액션신에서부터 점프가 모자라고 한참을 뒤뚱뒤뚱 걷는 인디 박사, 보톡스와 성형의 힘으로도 세월을 피할 수 없었을까. 소재도 기독교 세계를 떠나 외계인과 마야문명으로 바뀌었는데 X-file을 인디아나 존스 식으로 패러디하는 작위적인 느낌을 피하기 어려웠다. 전편에서 제시되는 숀 코네리와 해리슨 포드의 부자상은 한국의 남성들에게도 소리없이 많은 공감을 받았던 것 같은데, 이제 숀 코네리는 가고 없고, 인디와 그의 아들의 이야기는 괜시리 부담스럽다. C는 우리 세대 아버지와 아들의 - 말이 없는 - 관계에 대해서 늘 궁금해하곤 하는데, 아무래도 당사자들이 아니면 그 느낌을 공감하기 어렵더라.
똘똘한 척 아쉬운 점을 늘어놓자면 끝이 없겠으나… 그가 누구인가, 인디 박사 아니신가. 그저 영화관에서 새로운 그림에 그때 그 음악이 배경으로 깔려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뛰는 것을 어쩔 수 없다. 아, 모자를 고쳐쓰는 저 박사의 그림자라니 오랜 팬으로서 도무지 모른 척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영화는 최근 스필버그의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세련되게 액션을 담기보다 전작들이나 007 시리즈와 같은 팔십년대 활극 풍의 편집으로 일관하여 더욱 정겨웠다.

오랜 앨범을 뒤적이듯, 첫사랑의 기억을 더듬듯 존스 박사와 두 시간 동안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최근의 근황도 들을 수 있었다. 피천득은 이야기했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라고. 궁금하다고 다 알 필요는 없다. 가슴에 담긴 언젠가의 벅찬 기억으로 충분한 인연이 있다. 그럼에도 비슷한 뒷테만 보아도 설레기부터 시작하는게, 결국 다시 보고 아쉬워하는게 우리 사람살이일까.
어쨌든, 모험은 계속되어야 한다.
Local Tags: 인디아나존스, 크리스털해골 해리슨포드
Technorati Tags: 인디아나존스, 크리스털해골, 해리슨포드
[Related Posts] No related posts


(1 votes, average: 4 out of 5)
wiredkj@gmail.com
2 comments
Comments feed for this article
October 20th, 2008 at 3:39 am
S2day
여기서 끝이날 것인지… 앞으로 방대한 모험이 기다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기존작품에 비해서 다소 떨어진다는 점은 배제 할 수 없더라구요.
October 20th, 2008 at 9:12 am
케이제이
네, 그냥 끝나기는 아쉬운데… 이럴거면 차라리 3편에서 끝이 나았을텐데요. 어쨌든 이왕 계속 모험을 해주었으면 하네요.
S2day님 반갑습니다, 멋진 메타블로그를 운영하고 계시네요. 잘 읽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