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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억하십시오!! 지금까지 찰리가 먼저 알려드렸습니다”
- 예견된 지구종말을 둘러싼 음모(?)를 파헤치는 블로거로 우디 해럴슨 - white men can’t jump - 이 과도하게 geek스러운 외양을 하고 출현한다. 영화 속 극성 블로거의 자리를 보면서 지금이 소셜미디어, 웹2.0 시대임을 다시금 생각한다. 낯선 이에게 흔쾌히 맥주를 권하는 그가 바라는 것은 다만 작은 donation과 그저 자신을 레퍼런스로 기억해주는 것 뿐이다.
2. 바티칸 “최후의 심판”도 무너진다.
- 요세미티 공원으로부터 시작해 라스베가스, 워싱턴DC, 바티칸, 티벳 등지를 넘나들며 땅을 가르고 바다가 범람하는 CG는 이제 더 이상의 아날로그 촬영을 무색하게 하는 듯하다. 이러다 배우들이 나중에 초상권만 빌려주게 되진 않을지? - 발연기보다는 차라리 그리는 게 나을수도. 바티칸이 갈라지는 장면이 제일 섬뜩, 말그대로 심판의 날인 것이다. 화산, 지진이 끝나고나면 쓰나미가 닥친다. 백악관이 (UFO 아닌) 쓰나미 타고온 항공모함으로 뒤덮힌다. 건물이란 건물은 모조리 신나게 무너뜨리고 차들을 땅이 삼켜대지만 인류가 재앙을 몸으로 겪는 모습은 잘 보여주지 않아 뒤로 갈수록 점점 만화가 된다. - 게임 Rampage? 어쨌든 그 그림들 보는 것만으로 표값 이상 한다고 본다.
3. 10억유로는 1조7천억이다 (11/17 기준)
- 돈이 없으면 결코 살아남을 길은 없다. 전세계에 수십만이 자신들만 살기 위해 3년간 지구멸망의 비밀을 지킨다는것이 좀 너무하지만, 1조7천억씩 갖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다는건가. 살아남기 위해서도 돈을 모아라. 결국 영화 끝날 때 쯤 되면, 거부들과 공사에 참여한 중국인 - 모든것은 Made in China! - 인부들 정도만 살아남았음에도 주인공 일가가 안 죽어서 그런지 우리 모두 평화롭게 지구의 다음 세기를 맞이한 듯한 착각에 빠진다. 40만이라, 67억의 0.006%만 살았다. 소설 “파피용”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4. 비행기 조종술을 배워라.
살아남으려면 진 모 씨처럼 우아하게 비행기 모는 법도 배워둬야 한다. 영화에서 존 쿠삭 일가가 영화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그렇게나 비현실적이다. 대개의 재난영화가 짜임새 있는 스토리 전개에서 실패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재난의 시각화에만 힘쓰기 때문일까. 실은, 재난 상황에 현실성을 부여하면 할수록 등장인물들은 그저 죽어나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 아닐까. 다큐멘터리와 람보 사이에서의 고민이겠지. 세상이 망한다면 과연 우린 뭘할수 있을까. 영화 속에서 오직 현실적인 - 실제로 그렇게 행동할 법한 - 인물은 美 행정부의 뚱뚱한 장관과 러시아 거부 두 사람 밖에 없다. 이 세상의 끝, 노승의 마지막 타종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맺음을 위하여 - Everything that has a beginning has an end.
5. 인생은 짧다.
순간순간을 감사하고 오늘 행복해지라는 진부한 진리는 왜 재난영화 볼 때만 새록새록 다가올까. 망하든, 안 지구가 망하든 아마 인생은 짧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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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가 끼친 영향은 실로 막대하다. 태어나 처음으로 영화관에 가서 본 영화가 시리즈의 2편이었고, 루카스아츠에서 3편을 각색하여 내놓은 게임이 너무 하고 싶어 심각하게 부모님을 조르고 졸라 집에 286 PC를 들여놓게 된 것만 보아도 그렇다. 에, 그러니까 그것이 19년 전인데… 4편 관련한 제작루머 등에 십여 년간 속으면서도 다시 한 번 그의 멋진 모험을 볼 수 있길 꼬박 기다리며 지내왔던 것 같다. 비정상적 연속야근 때문에 개봉일이 이틀이나 지나서야 2편을 봤던 그때 그 대한극장을 C 덕분에 찾을 수 있었다.

해리슨 포드가 한 솔로는 다시 안 해도 존스 박사 역할은 몇 번이고 하겠다고 한 것처럼 인디는 팔방미인, “하이브리드” 그 자체이다. 세상의 근원적인 비밀을 연구하는 고고학자가 싸움도 잘하고, 여자들한테 인기도 많다. 그러한 쿨한 - 섹시한 인텔리 마초? - 모습들이 사춘기 소년을 얼마나 매료시켰던가… 애석하게도 박사께서는 3편까지 분명히 도서관에 있으라 하셨거늘, 어찌보면 가장 중요했을 그 면모를 나는 철저히 못 본 척 한 것 같다. 고고학까지는 못해도 다만 한자공부라도 했었어야지?
이미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하고 있다는 4편은 스스로 전편들의 오마주에 다름 아니다. 구성이나 전개도 전편들을 재현하기에 바쁘다. 영화의 첫 액션신에서부터 점프가 모자라고 한참을 뒤뚱뒤뚱 걷는 인디 박사, 보톡스와 성형의 힘으로도 세월을 피할 수 없었을까. 소재도 기독교 세계를 떠나 외계인과 마야문명으로 바뀌었는데 X-file을 인디아나 존스 식으로 패러디하는 작위적인 느낌을 피하기 어려웠다. 전편에서 제시되는 숀 코네리와 해리슨 포드의 부자상은 한국의 남성들에게도 소리없이 많은 공감을 받았던 것 같은데, 이제 숀 코네리는 가고 없고, 인디와 그의 아들의 이야기는 괜시리 부담스럽다. C는 우리 세대 아버지와 아들의 - 말이 없는 - 관계에 대해서 늘 궁금해하곤 하는데, 아무래도 당사자들이 아니면 그 느낌을 공감하기 어렵더라.
똘똘한 척 아쉬운 점을 늘어놓자면 끝이 없겠으나… 그가 누구인가, 인디 박사 아니신가. 그저 영화관에서 새로운 그림에 그때 그 음악이 배경으로 깔려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뛰는 것을 어쩔 수 없다. 아, 모자를 고쳐쓰는 저 박사의 그림자라니 오랜 팬으로서 도무지 모른 척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영화는 최근 스필버그의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세련되게 액션을 담기보다 전작들이나 007 시리즈와 같은 팔십년대 활극 풍의 편집으로 일관하여 더욱 정겨웠다.

오랜 앨범을 뒤적이듯, 첫사랑의 기억을 더듬듯 존스 박사와 두 시간 동안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최근의 근황도 들을 수 있었다. 피천득은 이야기했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라고. 궁금하다고 다 알 필요는 없다. 가슴에 담긴 언젠가의 벅찬 기억으로 충분한 인연이 있다. 그럼에도 비슷한 뒷테만 보아도 설레기부터 시작하는게, 결국 다시 보고 아쉬워하는게 우리 사람살이일까.
어쨌든, 모험은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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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라고 하면 무엇이든 손에 쥐고 수이 놓지 못하는 편인 내가 이 영화의 광고를 처음 접하고 설레는 맘에 무릎을 친 것은 당연하였으나, 결국 개봉이 한참 지난 오늘, 일요일 오전에야 집에서 보게 되었다. C가 이런 영화를 싫어하는 데다, 무엇보다 주위의 혹평들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덕분에 모든 기대를 버리고 영화를 들여다보니 맘에 드는 구석들을 제법 발견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영화는 얼추 조운 열전 정도 되겠으니 그의 눈부신 업적에 비해 저평가받고 있는 조운에게도 반가운 일일 수 있겠다.

삼국지 열독가였던 나는 내 머리 속 오랜 이미지들을 화면에 예쁘게 재현해놓은 것을 보니 우선 반가웠다. 물론 그러한 과정에서 내 심상과 영화 화면과의 괴리는 필연적이지만 - “반지의 제왕”이 그러하였듯이 - , 그래도 재미있는 비교가 아닐 수 없다. 영화는 주로 전장에 머무르는데, 웅장한 맛이 부족한 것이 퍽 아쉬웠다. 듣기만 해도 손에 땀을 쥐는 장판파의 조자룡이 영화에서는 서울역 광장에서 사람 찾기보다 손쉽게 아두를 구한 느낌이 없지 않다. 매기큐와의 일대일 장면도 평이하니 전장과 1:1 묘사, 두 마리 토끼 모두 놓친 셈이다. 최근에 “명장” - 내용은 없었지만 - 이 오히려 전쟁을 잘 담아낸 것으로 보인다. - 이 와중에 나는 적진에서 절벽을 향해 내딛는 말을 보다 WoW의 밀린 군마 퀘스트가 떠올랐으니 이 또한 큰 일이다. (보막을 켜야지?)
다시 조운으로 돌아오자. 조운은 중용의 인물이다. 학창시절 우리를 오락실로 달려가게 했던 “천지를 먹다 2″란 캠콤의 횡스크롤 게임에서도 조운이 힘과 스피드, 외모까지 삼박자를 갖춘 캐릭터로 출연한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 실은 힘이 조금 부치긴 했지만, 그렇다고 위연이 중용은 아니다? 유덕화는 무장으로 보기에는 조금 왜소하긴 해도 조운의 이미지와는 잘 어울린다. 그의 얼굴에는 사내다움과 관록이 있고, 우수가 있다. 씩씩하면서도 항상 삼가고 신중했던 조운의 몸가짐과 닮아있다. 그에 비해 매기큐는 삼국지도 한 번 안 읽었다더니 역시 연기랄 것이 없이 계속 같은 얼굴로 일관한다. 참,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홍금보도 반가웠다.
조운은 삼국지에서 거의 한 번도 실수하지 않는 인물로 그려진다. 관우와 장비가 특유의 치우친 성격들로 인해 결국 죽게되는 것과 대비되는 점이다. 영화에서는 조운이 매기큐를 일대일 전투에서 놓아준다. 이 장면은 관우가 그랬다면 이해가 가는 대목이나 조운으로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조운을 포위한 매기큐가 일대일에 나설 이유부터 없겠지만, 열세인 조운이 교만하거나 너그럽게 매기큐를 놓아줄 리가 없다. 전쟁에서 효율적인 행동, 적장을 사로잡았을 것이다. 매기큐와의 일기토 장면을 무리하게 넣고싶은 욕심에 현명한 조운의 면모를 없애버리다 보니 영화 속 조운은 그저 싸움 잘하고 잘 생긴 무장에 그치고 만다. 감독은 영화에 억지로 철학적 색깔을 넣고 싶었는지 몇 번이나 부처님을 몽타주하며 인생무상을 논한다. 그러나 그러한 공염불을 외기보다는 조운의 캐릭터나 인간적인 고민을 더 무겁게 다뤘어야 했다.

주절주절 써놓고보니 영화에 아쉬움도 많았지만, 여전히 반가웠던 영화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아쉬움이 많은 것은 그만큼 기대가 많아서겠지, 모두가 좋아하는 삼국지 이야기가 아니던가. 이제 중국은 더 이상 관우와 장비처럼 굴 수 없다. 감독은 21세기의 중화가 헤쳐나가야 할 방법으로 합리적인 중용의 인물, 조운을 강조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더 이상 고상하지 않은, 먹보 제갈량.
덧. 이 영화를 보게 된 것은 하나TV 100원 이벤트 덕이 컸다. 하나TV에서 100원에 사서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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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설날연휴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 다독은 늘 멀고도 험하니 그저 다시청 따위다. 나는 무려 장대한 신년구상이라도 해볼 참이었는지 “명장”이 보고싶어졌으나, C의 친절한 권유로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보게되었고, “재킷”은 비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혼자 보았다. 결론적으로, C의 판단이 옳았다. “말할 수 없는 비밀” - 이하 “… 비밀” - 은 설 연휴에 잘 어울리는 영화였고, “재킷”도 시간을 거슬러오르는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만큼 챙겨보는 재미가 있었다.
두 영화 모두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사랑을 완성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 “할 수 있다”고 말해야하는 것은 “재킷”의 얼터너티브 엔딩 때문이다. 시간여행 영화는 이제 너무도 많다. “동감”, “프리퀀시”, “나비효과”, “12 몽키즈” 등에다 저 기념비적인 “백투더퓨처” 시리즈까지. 그 영화들과 어디가 같고 다른지, 누가 더 잘했는지 못했는지, 혹은 과학적인지(?) 여기서 나까지 논문을 쓸 일은 아니다. 다만, “… 비밀”, “재킷” 두 영화 모두 이 장르의 매력을 잘 지키고 있다고 본다.
“과거를 바꾸면 그때부터의 과거는 새로운 또 하나의 미래로 진행하는가?” 와 같은 어려운 테마는 잠시 접어두고… 이 영화들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전제는 2007년의 1월 1일은 2017년의 1월1일과 1997년의 1월1일과 동축선상에 놓여있다는 가정이다. 두 영화 모두 과거와 미래가 그처럼 동시적이면서도 인과를 맺고 있기에 주인공들은 “나비효과”의 주인공처럼 미래를 좋게 만들기에 바쁘다.
다른 점이라면, 주인공이 과거로 회귀하는 “… 비밀”의 경우나, 마치 선지자처럼 예언을 이루려는 “재킷”의 주인공일 것이다. 여기서, 어려운 질문! 엄마 아빠의 데이트를 방해하면 내가 세상에 태어나지 못하게 되는가. 내가 둘의 인연을 망쳤다면 나는 처음부터 과거로 거슬러 오지도 못했을텐데, 나의 자유의지는 과거에 작용할 수 있는건가. 이 멋진 주제가 이미 “백투더퓨처”에 있었다. 그리하여 로이드 박사님께서는 남의 시간에 개입하지 말라고 하신 것이다. 우주도 망가질 수 있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은 대만의 천재소년 주걸륜이 극복, 감독, 연기, 연주까지 다 해냈다고 하여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둘이 함께 피아노 치는 연탄곡의 시퀀스는 바이엘 하권에서 피아노 학원을 때려친 나 같은 이들로 하여금 유년시절을 아쉬워하게 만드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음악에 대한 열정, 교복 입고 다니던 시절의 풋풋한 첫사랑, 거기다 한 사람에게만 보이는 “전영소녀” 모티프까지 더해진 이 치밀한 영화는 실로 시간여행 연애담 장르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충실하게 갖추었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빡빡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계륜미는 또래보다 어른스러우면서도 경쾌한 동갑내기 여고생 배역을 잘 소화해 이런저런 향수를 자아내게 하기에 충분하다. 나까지 이렇게 칭찬하지 않아도 이 영화는 P2P 경로를 통해 개봉 전부터 네티즌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중이다.

걸프전 참전군인의 총격으로 시작하는 “재킷”은 그저 시간여행 연애담으로만은 볼 수 없는 미묘한 영화다. 군데군데 숨어있는 요소들을 통해 이런저런 생각들 - 총격 이후 모든 것이 환상이다? - 을 해 볼 수 있겠는데, 나는 내 정신건강을 위해서 이 영화를 둘의 시간여행 로맨스로 보고자 한다. “재킷”에서야 애드리안 브로디를 보았는데, 보면 볼수록 정이 가는 따뜻한 인상이다. 아, 그놈의 따뜻함 때문에 이 영화의 모든 사건들이 비롯된다.
어쩌면, 두 영화의 문제는 사랑을 완성한 후가 아닐까. “… 비밀”의 주인공은 투명인간으로 살아야하고, “재킷”의 애드리안 브로디 역시 아무래도 마지막에는 죽었다고 봐야할 듯 싶다. 사랑에도 유효기간이 정해져 있다는데, 투명인간이 되어 사회적으로는 죽음을 맞이한 주걸륜이 과연 사랑만으로 무사히 인생을 지속했을까. “재킷”의 경우, 브로디가 안 죽었다고 고집 부려보더라도 이제는 덕분에 잘 나가게 된 나이틀리가 브로디와 사랑에 빠질까.
시간여행 연애담을 다룬 작품들이 의외로 많다. 그렇지만 우리는 또 한 번 짐짓 모르는 척 시간여행 연애담에 속을 준비가 되어있다. 이 지루하고 답답한 현실을 떨치고 다른 시간대의 같은 듯 다른 세상으로 떠날 수만 있다면 “지금, 만나러 갈 수 있는” 사랑이 저 편에서 날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글쎄, 두 영화들을 보면서 다시 “백투더퓨처” - 3편까지는 너무 길었지만, 이 모든 고민들을 이미 신나게 보여주었던… - 를 생각한다. 마티는 제니퍼와 오늘도 연인이고, 미래에도 연인이더라. 허상 같은 환상을 좇지 말고 묵묵히 우주의 평화를 지키자? 이렇게나 마무리하게 되는 이유란 어제 먹은 그 잘난 떡국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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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윌 스미스의 모노드라마가 화면 가득 펼쳐진다. 윌 스미스의 팬, 또는 뉴욕을 동경하거나, 호러물에 대한 오마주를 갖고 있는 이들이라면 볼거리가 없지 않다. 1954년 출판된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각색이 많았던 듯 싶다.
세기말을 버티는 우리가 점점 잃어가고 있는 인간 존재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를 상기시킬 정도로 훌륭한 인격자인 윌 스미스 대령이 뉴욕에서 홀로 살아남아 다음 세상의 전설적인 존재가 된다는 내용이다. 윌 스미스의 연기는 탁월하며, 역시나 그는 Cool하다. 영화는 그게 전부이다.
영화의 시작은 페라리를 쏜살같이 몰며 맨하탄에서 사슴 떼를 좇아 사냥을 하는 윌 스미스의 모습이다. 브룩클린 다리는 끊어졌고, 42번가는 초원이 되어가고 있다. 겨우 사슴 한 마리 잡았건만, 그나마도 배고픈 사자들에게 양보해야 할 지경의 뉴욕인 것이다. 항공모함 갑판을 골프 연습장 삼아 티샷을 날릴 정도면 이제 관광상품으로 손색이 없다. 대도시, 그 지긋지긋하던 인산인해들이 아무도 없다.
“상식적인” 인류가 멸망 위기에 처한 원인은 함암제인 신약의 광견병과 같은 부작용 때문이다. 지구 입장에서는 흡혈귀들이 서식하든, 탐욕스러운 잡식동물이 서식하든 중요하지 않을텐데, 혼자 남은 입장에서는 쓸쓸한 마네킹들을 세워놓은 비디오 가게에라도 쓸데없이 마실 다니고 싶은 외로운 생존전쟁이다. 결국 역사는 혼자 남은 쪽의 손을 들어주어 그가 전설이 되는 모양이지만, 그는 옳지도 그르지도 않다.

내일이 오늘과 같다는 것부터 종교라는데, 만원버스에 김밥처럼 들어앉은 교통 정체의 출근길에도 밤이면 오손도손 서울을 밝혀줄 그들의 가정들을 생각하며 이 빡빡한 대도시의 이웃들과 함께 오늘 하루도 잘 살아봐야지. 보라구, 혼자만 사니까 저렇게 재미없잖아. 아, 그리고 제발, 지구 좀 아껴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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