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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윌 스미스의 모노드라마가 화면 가득 펼쳐진다. 윌 스미스의 팬, 또는 뉴욕을 동경하거나, 호러물에 대한 오마주를 갖고 있는 이들이라면 볼거리가 없지 않다. 1954년 출판된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각색이 많았던 듯 싶다.
세기말을 버티는 우리가 점점 잃어가고 있는 인간 존재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를 상기시킬 정도로 훌륭한 인격자인 윌 스미스 대령이 뉴욕에서 홀로 살아남아 다음 세상의 전설적인 존재가 된다는 내용이다. 윌 스미스의 연기는 탁월하며, 역시나 그는 Cool하다. 영화는 그게 전부이다.
영화의 시작은 페라리를 쏜살같이 몰며 맨하탄에서 사슴 떼를 좇아 사냥을 하는 윌 스미스의 모습이다. 브룩클린 다리는 끊어졌고, 42번가는 초원이 되어가고 있다. 겨우 사슴 한 마리 잡았건만, 그나마도 배고픈 사자들에게 양보해야 할 지경의 뉴욕인 것이다. 항공모함 갑판을 골프 연습장 삼아 티샷을 날릴 정도면 이제 관광상품으로 손색이 없다. 대도시, 그 지긋지긋하던 인산인해들이 아무도 없다.
“상식적인” 인류가 멸망 위기에 처한 원인은 함암제인 신약의 광견병과 같은 부작용 때문이다. 지구 입장에서는 흡혈귀들이 서식하든, 탐욕스러운 잡식동물이 서식하든 중요하지 않을텐데, 혼자 남은 입장에서는 쓸쓸한 마네킹들을 세워놓은 비디오 가게에라도 쓸데없이 마실 다니고 싶은 외로운 생존전쟁이다. 결국 역사는 혼자 남은 쪽의 손을 들어주어 그가 전설이 되는 모양이지만, 그는 옳지도 그르지도 않다.

내일이 오늘과 같다는 것부터 종교라는데, 만원버스에 김밥처럼 들어앉은 교통 정체의 출근길에도 밤이면 오손도손 서울을 밝혀줄 그들의 가정들을 생각하며 이 빡빡한 대도시의 이웃들과 함께 오늘 하루도 잘 살아봐야지. 보라구, 혼자만 사니까 저렇게 재미없잖아. 아, 그리고 제발, 지구 좀 아껴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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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미국의 월남전 시대, 흑인 마약사범 댄젤 워싱턴과 그를 좇는 백인 형사 러셀 크로우의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제목, “아메리칸 갱스터”에서도 뚜렷이 강조했듯 이태리에서 건너온 살바토레나 루치아노 아저씨들이 아닌 프랭크와 리치 같은, 미국의 미국스러운 조직폭력에 대한 찬가이다.
댄젤 워싱턴이 연기하는 프랭크 루카스는 흑인인 것부터 진보(Progress)라고 평가받는 입지전적 조폭이다. 뉴욕 할렘가를 주름잡았던 전 두목 밑에서 15년간 묵묵히 운전을 하며 자신의 기회를 기다릴만큼 절제의 인물이었으며, 낭비벽으로 튀려고 하지않으며 오직 가족들을 중시하는 모습들에서 예의 청교도들에 대한 상투적인 서술구들과 어울리는 인물이다. 거기에 마약의 중간 유통 구조를 생략하고, 브랜드 가치에도 일찌감치 빠삭했으니 그가 뉴욕을 장악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게 그려진다. 그러나 영화에서처럼 기존 조직들로부터 미미한 견제밖에 받지 않았다는 것은 다소 무리한 설명이지 않을까?
러셀 크로우는 “뷰티풀 마인드”의 정신분열 수학자 시절처럼 엉뚱하지만 훌륭한 형사로 나온다. 왜 헐리웃은 아무리 봐도 꺼벙해보이는 그에게 괴짜 천재의 모습을 투영시키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다른 작품들에서보다 뚱뚱한 체형으로 출현한 그는 그의 우람한 몸처럼 커버린 미 제국의 자화상이다. 이제 너무 늙어버린 브루스 윌리스나 외계인에 몰두하는 탐 크루즈에게는 그러한 감정이입이 아무래도 쉽지 않은 모양이다. 낮에는 마약범들 좇고 밤에는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바람둥이 아저씨라니 이 얼마나 작위적이고 부자연스러운 설정인가. - 뭐, 실존인물이라고 한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월남전 덕분에 프랭크의 눈부신 - 정경유착 아닌 군폭유착? - 마약 유통 구조가 나온다. 전쟁도 없애지 못하는 것이 마약이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거대한 해악사업일 수록 사회 지배구조의 암묵적인 동의를 바탕으로 한다는 것은 엄연한 진실이다. 영화 중간중간에 공익광고처럼 나오는 보통 시민들이 마약으로 인해 파멸하는 모습을 보라, 댄젤 워싱턴의 말쑥한 모습이야 말로 그러한 사업에 종사하면서, 혹은 행해지도록 눈감아 주면서 자기는 일요일에 교회 다니며 헌금 몇 푼하는 노릇이 아니겠는가. 어디 극단적인 저 마약 뿐이겠는가.

영화는 프랭크 측이 무난했던 그의 마약 성공기처럼 다시 일방적이고 차분한 패배를 맞으며 끝이 난다. 그 패배엔 다시 청교도적 교훈이 있다. 돈이 많이 드는 여자를 만나지 마라, 가족간에 꼭 화목해라. 후일담으로 프랭크와 리치가 공조하여 부패한 마약단속 경찰들을 일망타진한다는 이야기가 제시되는데 이는 어쩐지 공허한 느낌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이끌고 가는 노익장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연출 솜씨는 탁월하며, 두 주연과 조연들의 연기도 충분하다.
이 영화는 어딘가 닮은 두 남자가 적으로 만났던 “히트”와 조폭의 고전 “대부” 시리즈의 중간 즈음에 감독의 내공으로 인해 세련된 그림으로 서 있다. 영화 전반적으로도 그렇고, 특히 프랭크와 리치의 후일담이 더욱 공허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메리칸 조폭과 아메리칸 형사는 이러하다 식으로 제시되는 미국식의 강한 자기긍정에 대한 부담스러움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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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소리를 이 지구에 만들어내고 있다. 진정한 인연이라면 서로의 소리만으로 서로를 알 수 있다?
음악을 따라가면 모두 만날 수 있다는 이 판타지 영화의 무리한 구성이나 억지스러운 전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크게 의미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영화에서 보이지 않고 들리기만 하는,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인 “음악”은 우리에게 음악 그 자체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영화는 음악이란 기류의 파동이 어디서부터 기원하는지 잘 잡아내고 있다. 영화의 처음은 소년이 들판에서 바람의 소리를 듣는 것에서 시작한다. - “봄날은 간다”의 그 아저씨가 떠오른다. 시골의 고아원에서 자라 숲의 소리들에만 익숙했던 소년은 온갖 소리의 공해인 도시를 마주치고선 무한한 소리들을 만나며 기쁨을 만끽한다. 그에겐 뉴욕 자체가 하나의 교향곡이다. 들었으면 다음은 표현이다. 모든 소리를 음악의 언어로서 받아들이는 그에겐 음악적 영감이 넘쳐난다. 자신의 감정을 자유로이 악기와 오선지에 담아 헤어진 부모를 음악으로서 찾는다. 이제 소리가 음악이 된다. 유년시절의 우리도 피아노학원의 주입식 레슨이 아니라, 피아노를 피아노로서 접할 수 있었다면 바이엘에서 좌절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서류 한 장 없이 줄리어드에 들어가는 아들에다 잘나가는 샐러리맨과 멋진 기타리스트의 변신이 순식간인 아빠와 십년만에 첼로를 잡아도 센트럴파크에서 공연하는 엄마, 천재 음악가족들의 별난 이산가족 상봉담이지만, 좋은 음악 덕분에 영화는 충분히 “들어줄” 만하다. 인간과 소리와의 관계, 그것이 음악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었을 텐데 우리는 그것을 잊지 않았을까.
덧. 영화 속 부모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미션 임파써블 3″에 나왔다는데 기억하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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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절들은 다시 안 올 듯 지나가버렸고, 행복한 오늘을 보내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불투명한 내일의 우울함에 시달리기도 하는 삶이다. 나이 들면서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끼는 것은 기억력의 감퇴 때문이라는 이야기처럼, 우리가 살 수 있는 인생은 그저 지금일 뿐, 과거를, 미래를 사는 것이 아니다. 찰나에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우리는 살아가는데 힘이 되는 기억들을 간직하고 있다. - 그 때의 바람, 그 때의 하늘, 이젠 다시 만날 수 없는.

한 때 그랬었던 - Once - 기억들, 그럼에도 계속되는 인생에 보내는 작은 위로가 이 영화에 담겨 있다. 한 때 누군가들과 이루었던 화음에 대한 기억들을 우리는 가슴에 담고있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라는데, 쓸쓸한 거리에서도 우리가 꿈 속으로 도망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삶의 이웃들이기 때문이진 않을까 생각해본다. 꼭 영원이나 사랑과 같은 거창하고 무거운 말들이 아니더라도, 다만 멀리서도 얼굴 알아보고 손 흔드는 따뜻함 말이다.
[Once OST links]
fallen from the sky, Falling Slowly, If you want me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시던 제이슨 본, 주말까지 잔업에 시달리는 통에도 꿋꿋이 영화를 챙겨보았다. 영화는 3편까지 끌고 온 부담을 무난하게 극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려도 좋을 정도였다. 바쁘게 짧았던 1시간 50분의 러닝타임, 지난 편들처럼 쫓고 쫓기며 세계를 누비다 영화관을 나섰다.

“블러디선데이”의 폴 그린그래스는 이 시리즈로 인해 자신의 이런저런 실력을 충분히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 스키 타다 뒹굴며 넘어질 때의 기분이랄까? 무슨 일이 생기고 있는지 알고 있음에도 피사체가 눈에 제대로 잡히지 않는 긴박함이 탁월하다. C가 “슝슝슝”이라고 표현한 본의 격투 장면은 “해피피트”의 음악을 맡았던 파웰의 솜씨까지 더해져 모두의 숨을 멎게하는 그린그래스의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잡았다. 거기에 군중들 속에서나 차를 타나 날렵하고 시원한 화면들이 가득하다. 워털루역에서 신발 끈을 고쳐매라는 본의 말을 듣는데는 나도 같이 철퍼덕 주저앉아 숨고 싶었다.
본 시리즈의 특징은 계속되는 긴박한 활극 속에서도 흥분하지 않는 차분한 진행이다. 헬기를 향해 차를 던지지도 않고, 도로에 요트까지 늘어놓지 않는 차가운 현실성이 매력이다. 다큐멘터리에 능한 감독답게 “KBS 인간극장”의 CIA요원 에피소드의 구도로 보일 정도이다. 본은 어떤 첩보물의 요원들보다 더 강력하고 민첩하지만, 그는 그저 투박하고 과묵한 아저씨이다. 세상에서 제일 잘 싸우면서도 누구보다 싸우기 싫어하는 그는 인기가수도 직업일 뿐이라고 외치던 어떤 가수처럼 길가에 떨어진 쓰레기 치우듯 적들을 제압하며, 빨래 걷으러 나온 듯 지붕과 지붕 사이를 뛰어넘는다.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시절부터도 이미 ‘그들’은 모든 걸 알고 있었는데, 구글도 미 정부에 협조한다는 9/11 이후의 지금은 어떠할까. 시리즈가 길어지다보니 - 꼬리가 길어지다보니 - 아쉬운 부분들이 없을 수는 없다. 모든 전화통화를 듣고 있으며, 타국의 CC-TV까지 조작할 수 있는 마당에 어찌하여 본이 뉴욕을 태연히 걸어다니게 둘 수가 있는가.[당신이 이 글을 읽고있다는 것도 어딘가에 분명히 남아있을 것이다.] 영화는 뉴욕부터 모로코까지 줄기차게 세계를 누비는데 한편으로 본은 무슨 돈이 있어서 저렇게 계속 세계를 여행할 수 있을까도 궁금했다.
이번 편의 히로인은 우연찮게 얼마 전에 친구 S가 거론했던 줄리아 스타일스이다. S는 그러한 스타일에 매료된 적이 있다고 고백했지만, 그녀는 어쩐지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에 어울리는 배우인지도 모르겠다. 오션 시리즈에서는 늘 2%가 부족해 조롱받던 맷 데이먼이 이 시리즈에서는 고뇌하는 첩보원의 묵직한 내면 연기를 소화해내며 자신의 이름값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첨단장비라고는 오직 대포폰이 전부인 본처럼 그도, 이 영화도 세 편을 거치며 묵묵히 성장한 것이다.
영화의 결말은 문제의 “블랙브라이어” 작전에 대한 공개 청문회가 열리고, 관련된 요원들이 연행되는 것으로 끝이 난다. 그래서 과연 미국의 공작이 줄어들까? 아마 화이트, 레드, 블루 브라이어들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다. 본과 같은 요원은 수천개의 공작 작전들의 일부일 뿐이며, 그 중에서도 장기판의 말 하나일 뿐인 것이다. 블랙브라이어는 어쩌면 실존하는 “블랙워터”에 대한 패러디인지도 모를 일이다.
따질 사람을 찾아 무려 세 편이나 세계를 헤맨 본은 결국 자신을 이렇게 만든 사람을 찾았다. 답은 언제나 그렇듯 멀리 있지 않았다. 세 편 중 마지막이 가장 나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보기드문 3부작이라고 본다. 이후로 다시 본을 보기 어렵게 되었으니 첩보물 장르를 선호하는 나로서는 아쉬운 마음이다. 앞으로 데이빗 웹 대위는 뭘하고 살까 궁금해진다. 아, 아마도 줄리아 스타일스와…
(KJ ★★★★☆ 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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