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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어째 남들이 안 보는 드라마만 골라서 보게 되는 요즘이다. 더구나 이번 경우는 관련기사나 입소문은 커녕, 소파에서 졸다가 챙겨보게 된 경우다. 그만큼 드라마의 흡입력이나 구성이 탄탄했고, 배우들도 맛깔나는 연기를 보여주었다는 반증이 아닐까.

이훈/소유진, 주현/양금석 바탕에 신예 이채영/민석 등이 합류한 드라마, 유사 이래 가장 잘 팔리는 갈등 구조들인 출생의 비밀, 정략결혼 속 4각 관계, 상속다툼이 모두 얽혀있다. 거기다 미스터큐 - 수호천사 - 요조숙녀로 이어져온 ‘사내커플 직장생활 극복기’의 계보를 이어 이훈 이사와 소유진 비서도 제법 비즈니스를 펼친다. - 회사일이 과연 저리도 단순하고 쉬울까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지만, 또 그렇게나 복잡할 건 뭐 있겠나. 그럼에도 이 드라마는 방송 스케줄이 밀리기 일쑤였고, 주 1회 뿐 금요일의 늦은 시간 대, 젊은 사람들이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배우들의 기용 탓에 흥행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아들찾아삼만리

경력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은데도 - 히트작이 없어서 받는 오해일 수도? - 작가와 감독의 이야기 전개 및 연출 솜씨는 탁월하며, 배우들의 연기도 탄탄하다. 두시간 내내 하나의 표정만 짓는 통에 때로 한국 영화계를 위기에 빠뜨리는 여배우 J나 K 같은 이들에 비해 소유진의 연기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솔직히는 신예 이채영 때문에 보게된 드라마지만, 소유진만 봤다. 기업을 일군 왕회장을 연기한 주현, 세컨드 출신의 사모님을 연기한 양금석의 연기도 보는 재미가 충분하다.

이 드라마의 모든 갈등은 돈과 적나라하게 얽혀있다. 배 다른 형제가 싸우는가? 아버지가 돈이 많아서. 자식은 왜 버리나? 부자집에 새 장가 가려고. 이훈은 왜 소유진과 바로 결합하지 못하는가? 이채영이 돈줄을 끊겠다고 해서. 돈을 둘러싼 갈등 구조들의 앞뒤가 모두 딱딱 들어맞는 것은 아니지만, 이 드라마는 아는 척 모르는 척 이놈의 돈세상을 솔직하고 천연덕스럽게 설명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어디 돈 빼놓고 무슨 이야기가 되던가 말이다.

결국 이 드라마는 미혼모 소유진이 삼만리를 돌고돌아 재벌2세 이훈과 재혼하기까지의 멀고도 힘든 여정을 담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작가가 얄미운 것은, 소유진에게 계속 돈을 좇지 말라고 강요하는 점이다. 마치 금도끼 은도끼 우화처럼 종영 마지막 5분 전까지도 돈을 마다한 소유진이 복 받는다. 없는 이들보고 욕망에 솔직하지도 말라고 점잖게 타이르는 것 같아 보기 불편한 마음이 없지 않았다.

아,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안타까운 이들은 월급쟁이들이었다. 모두가 화합하는 엔딩의 웨딩 세레모니 씬에서 월급쟁이들만 어디가서 죽었는지 살았는지 식장에 못 들어왔다. 그저 재벌가 상속 다툼 장기판의 말들이었거늘, 부장이 무슨 죄가 있나. 월급쟁이들이여, 명심할지어다. 자고로 줄을 잘 서야한다!

※ 1/25 종영했지만, 하나TV를 통해 21편 전편을 손쉽게 무료로 챙겨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이 드라마에 대해서 나보다 더 열심히 리뷰를 쓰거나 쓸 사람이 한국에 없을 것 같다.
그래서 한 마디, “소유진 씨, 잘 봤습니다! 이훈 씨처럼 후속작 잘 잡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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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를 배경으로 한 18편의 옴니버스 영화이다. 쟁쟁한 감독들께서 파리 시내 20개 구 중 한 곳을 골라 적은 비용으로 5분 정도의 사랑이야기를 찍었단다. 익숙한 배우들의 근황을 간간히 만나는 재미도 있다. 나는 우연찮게 들렀던 파리에서 별로 좋은 기억이 없어설까 그렇게 보고싶은 영화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영화를 다 보고나니, 파리와 사랑에 빠졌다는 마지막 에피소드의 주인공처럼 파리와는 쉽지 않을지 몰라도 어느 도시와든 정을 붙이고 싶어졌다.

ParisJeTAime

제일 마음에 들었던 에피소드는 역시 나탈리 포트만과 시각장애인의 사랑을 다룬 톰 티크베어의 것이었다. 흐르는 일상을 따라 때로는 함께 흐르다가, 때로는 따로 흐르기도 하는 두 연인의 관계 추이를 세련되게 담은 화면과 경쾌한 음악이 멋지다. 그리고, 유머가 없어 신혼여행 와서 고민하는 루퍼스 스웰이 귀여운 웨스 크레이븐의 것도 - 김저그 씨는 싫었다지만 - 내게는 그냥 유쾌했던 편. 18편 중 튀는 작품은 잘 없어도 무난한 에피소드들이 계속되는 편이다.

C는 설날도 가까운 만큼 이 영화가 ‘러브액추얼리풍’이기를 기대했던 모양, 그러니 파리에서도 주로 지저분한 곳을 많이 돌아다닌 이 영화에 결국 칙칙하다는 평을 내렸다. 나는 또 짐짓 애늙은이 행세를 했다. 어려서 나는 서울의 야경을 지나다 빽빽히 채워진 불이 켜진 저 많은 방들을 보며 무언지 모를 힘을 받곤 했다. 이 영화는 그 불을 채우고 있는 우리들의 그렇고 그런 엊그저께 이야기이다. 밋밋해서 재미없다고? 그래서 우리는 ‘휴모아’(?)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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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네오: 이별의 이유는 여러가지였지만… 아니, 사실은 한 가지다! 내가 도망친 것이다.

영화가 두 시간 동안 보여주는 내용은 한 남자가 장애인 여자와 1년여 사귀다 결국 도망치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 대한 입소문은 끊이질 않고 있으며, 좋은 평들이 넘쳐난다. 이는 영화가 우리들 - 여자가 장애인이라는 설정이 약간 헷갈리게 하겠지만 - 이 만나고 헤어지는 일반적인 과정을 진실하게 담아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각자가 겪으며 가슴 속에 품어둔 자신의 사랑을 이 영화 위에 마음껏 투영해볼 수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억지스럽지 않으면서도 씩씩한 둘의 모습들 - 특히 조제의 - 이 쓸쓸한 심사를 달래주고 있다.

조제: 결혼? 바보냐? 그게 가능하겠냐? 얼라들이 뭘 안다고 저러는지…

그들은 함께 1년의 세월을 보낸다. 끝내 세상의 고정관념을 넘어서지 못한 - 못할 - 츠네오는 그녀를 집안에 인사시키는데 주저하며 머뭇거린다. 그런 눈치를 챈 그녀는 그에게 바다로 떠나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그들은 그녀가 제안한 ‘세상에서 제일 야한 짓’(?)을 하고 돌아와 이별을 맞이한다.

언제인가 그대는 그 남자를 사랑하지 않게 될거야, 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그대를 사랑하지 않게 되겠지. 우리는 또 다시 고독하게 되겠지. 그렇더라도 달라지는 것은 없어. 거기엔 또 다시 흘러가버릴 1년이란 세월이 있을 뿐이지.

- 사강, ‘1년 후’ 中

그들은 쉽지않은 사랑을 치렀고, 조금씩 성장하여 그들의 제자리로 돌아갔다.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보이니 정말 ‘1년이 흘러가버린’ 결과만 남은걸까? 두 사람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힘든 사랑을 시작한 츠네오의 용기, 이별도 괜찮다는 조제의 꿋꿋함, 억지로 ‘사랑’이란 미명을 지속시키지 않은 두 사람의 솔직함이지 않았을까. 그렇기에 그저 ‘흘러가버린 1년’이 아닌 ‘한 바퀴 돌고나서 다른 제자리’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 츠네오가 나쁜가? 장애인을 버려서 나쁜건가? 우리를 보자, 장애인이라는 이유는 차라리 정직할지 모르겠다. 그런 그들이 함께 보낸 1년은 충분히 신나고 아름다웠던 것, 짧게나마 함께 걸을 수 있었던 시간들에 가슴이 벅차오른다면 ‘그것도 괜찮아!’ ‘영원한 사랑’ 같은 거창하고도 원대하며 진지한 고민은 잘 모르겠으니까.

모두에게 또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다. 러브 액추얼리 같은 환타지 - 그것도 충분한 의미는 있겠지만 - 에 허튼 위로 받고싶지 않은 이에게 강추!

있지..

-뭐?

눈 감아 봐 뭐가 보여?

-아무것도..깜깜해!

그곳이 옛날에 내가 있었던 곳이야

-어디가?

깊고 깊은 바다 밑바닥…난 그곳에서 헤엄쳐 올라온 거야

-뭐 때문에?

자기랑 이 세상에서 제일 야한 짓을 하려고!

-그렇구나…조제는 해저에서 살고 있었구나!

그곳에는 빛도 소리도 없고 바람도 불지 않고 비도 내리지 않아 너무도 고요해..

-외롭겠다!

그다지 외롭지는 않아 애초부터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단지 아주 천천히…시간이 흘러갈 뿐이지

난 두 번 다시 그곳으로는 돌아갈 수 없겠지

언젠가 자기가 없어지게 되면…미아가 된 조개껍데기처럼…혼자서 바다 밑을 데굴데굴 굴러다니게 되겠지

하지만…그것도 괜찮아!

아, 조제와 츠네오 이야기에서 치명적인 고민 한 가지를 빠트릴 뻔했다.

츠네오: 헤어지고도 친구가 될 수 있는 종류의 여자도 있지만 조제는 다르다. 내가 조제를 만날 일은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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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우고 싶은 사건들과 사람들을 기억 속에 어쩔 수 없이 품고 살게 마련이다. 그것들만 지울 수 있다면 다른 삶을 살 수 있을 것만 같은데… 자, 여기 카우프만이 ‘망각의 강물’을 사 마신 두 연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클레멘타인(윈슬렛 분)과 조엘(캐리 분)은 크게 싸우게 되고, 충동적인 클레멘타인은 첨단 의학에 힘입어 조엘의 기억을 물리적으로 지워버린다. 자신을 알아보지도 못하는 그녀에게 분노한 조엘은 그녀에 대한 자신의 기억도 지우기로 결정한다. ” 페이첵”에서도 소개되었던 원하는 기억만 지울 수 있는 기술은 이처럼 새로운 미래를 기대해보게 하는 것이다. 영화는 조엘의 기억지우기 과정을 따라간다. 그녀에 대한 기억들을 하나하나 거슬러 올라가는 과정에서 조엘은 그것들을 지우기 원치 않는 자신의 진심을 곧 깨닫는다. 이제 조엘과 그의 머리 속 클레멘타인은 기억지우기 기계로부터 함께 도망가기로 결심한다.

천재로 소문난 카우프만은 충분한 이름값을 하고 있으며, 짐 캐리와 케이트 윈슬렛 두 사람의 연기 또한 전혀 손색이 없다. 짐 캐리는 이 영화를 통해 다른 배우를 보는 느낌까지 자아낼 정도이다. 거기에 일라이저 우드, 커스틴 던스트 들과 톰 윌킨스가 정신과 박사로 출연하니 조연들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다.

결국 조엘은 그녀의 기억을 지키는데 실패한다. 아마 클레멘타인도 그러했을 것이다. 심지어 클레멘타인은 조엘의 ‘클레멘타인 DB’를 이용한 변태(?) ‘프로도’의 애인이 되어있기까지 하다. 기억이 지워진 다음날, 출근길에 무의식으로부터 암시를 받은 조엘은 그녀와의 추억의 장소로 향하고, 그곳에서 우연히 그녀를 만나 비슷한 연애 시퀀스를 밟아 다시 가까운 사이가 된다. 아, 여기서 끝이라면 카우프만이 아니지, 여기서는 스포일러를 제공하진 않겠다. :p

재밌는 것은 조엘의 ‘클레멘타인 DB’를 이용하면 실제로 클레멘타인에게 어필한다는 것과 조엘과 클레멘타인이 다시 만나도 같은 연애 시퀀스를 밟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추억의 장소로 향한다는 것은 무의식에 남아있던 서로에 대한 잔재 덕분일 것이다. 나는 우리가 전생의 기억을 못하는 이유를 우리가 레테의 강물을 마셨기 때문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이상한 증명이 되겠지만, 우리가 엄마 배 속에 있던 시간들과 처음 빛을 본 순간을 기억 못하는 것을 보면 그 이전 생들에 대한 기억도 그렇게 지워져 있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조엘과 클레멘타인이 다시 만나는 것을 보며, 전생의 인연은 다음 생에도 만나지는, 아니 만나는 것일 듯 싶은 한가로운 가을의 망상에 젖는 것이다.

클레멘타인: 나도 당신이 지겨워지고… 역시 그렇구나 이를 갈겠죠.

조엘: Ok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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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나 좋아하는 이나영이 출연하는 작품인만큼, 그리고 비교적 좋아하는 편에 속하는 장진 감독의 작품이었던고로, 영화관에서 챙겨보려 했으나 이런저런 불상사들로 인하여 오늘에야 집에서 접하게 되었다.

내 기대가 너무 많았을까? 영화는 이나영 들이대기와 장진의 ‘썰렁한’ 유머 말고는 전개를 끌어갈 힘이 없어 보였다. 로맨틱 코메디의 일종(?)이라고 보아주기엔 둘의 로맨스가 너무나 평면적이다. 영화는 아리따운 스토커 이나영이 시한부로 오진당한 정재영의 삶 속으로 들어오게 되고, 결국 정재영이 그녀를 받아들이는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는다. 정재영은 자신에게 임박한 죽음 말고는 아무것도 고민할 수 없으며, 그럴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그는 영화 내내 평면적으로 굴다가 마지막에야 ‘사랑할 수 있는 자신’을 깨닫고 이나영을 향해 전봇대 불 튀기며 달려가는 멋쩍은 캐릭터에 그치고 만다. 영화는 액자식 구성으로 안에 다른 영화 한 편을 안고 있다. 전형적 연애영화들을 조롱하는 ‘영화 속 영화’는 장난이 쓸데없이 많으며, 그러한 자신은 얼마나 참신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장진 감독이 관객들에게 던지고 싶었던 연애학 개론은 ‘그냥 사랑하면 사랑’, ‘만나서 이름 묻고, 취미 묻고, 혈액형 물어가는 사랑’의 풋풋함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후자의 이야기엔 나도 크게 동의할 수 있겠으나, 감독은 그 이야기를 담아내기에 부적절한 장치와 소재들을 사용하였다. 영화에 녹아들지 못하는 이나영의 ‘전경’ 캐릭터와 ‘장진식 유머’라는 억지 우스개들은 분명 모두 따로 놀고 있으며, 영화의 마지막 ‘연애학 개론 플래시백 시간’은 매우 부담스럽다. ‘장진 영화’라는 장르의 구축이 회자되는 만큼 연출가 장진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장진이 ‘장진식 유머’라는 아첨에 도취되진 않았는지 염려스러우며, 연극계 출신이라는 양날의 검이 언제까지 안전할지 알 수 없다.

장진도 이나영을 염두에 두고 썼다는만큼, 이나영의 화력은 역시나 손색이 없다. 하지만 이나 보다 이쁘게 이나영을 잡아내는 데에 성공하는 것 같지 않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그럼에도 그나마 이나영이 아니었다면 이 영화를 끝까지 보기 어렵지 않았을까 의심을 떨칠 수 없다. 스토커에 대한 [결코 만만치 않은] 고민과 문제의식도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한 번도 의심당하지 않는다. 자, 문제는 간단하다! 이나영 같은 스토커를 누가 마다하겠는가?!

치성: 내가 왜 좋아요?
이연: 몰라요, 너무 오래돼서 까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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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의 내기가 끝나자, 내 인생은 비극으로 바뀌어버렸다.

그렇고 그런 ‘로맨틱 코미디’겠거니[더구나 불란서 정서는 또 잘 모르니..] 별로 기대 안 하고 틀었다가 화들짝 놀라버린 영화였다. 우선 가장 주목해야할 것은 화면의 색감, 미장센, 트랜지션! [80년대 MTV의 화면을 보는 느낌이 적잖아 있지만,] 디자이너(일러스트레이션, 로고, 포스터 제작), 스토리보더, 교수 등의 다양한 경력 끝에 첫 영화를 만들었다는 얀 사뮤엘 감독의 솜씨와 ‘깜’에 갈채! 열대야를 달래주기에 충분한, 재치넘치는 동화적 화면, 시원시원한 화면, 그리고 예쁜 그림들.

거기에 충분히 예쁜 배우![–;] 마리온 꼬띨라르. ‘택시’에서 이름을 얻었고, 몰랐는데 ‘빅피쉬’의 소설가 며느리 역을 했었더라. 장난기 많고 짖궂은, 그러나 사연 많은 여주인공 역에 너무나 적격. 그리고 늘씬한 몸매[요즘 덥잖아요?]까지 직접 이야기해야겠어? 영화의 메인테마 ost는 ‘La vie en rose’(장밋빛 인생), 네 가지 변주를 다 챙겨 들어보시길.

역시 세계는 ‘엽기 코드’가 유행이다. 두 남녀의 사랑은, 그들의 내기 - 그들의 생을 살맛나게 하는 - 는 애교있는 장난을 넘어선 지 오래다. 더 짓궂은 장난을 하는 쪽이 이기는 ‘내기’. 그들의 실로 유별나게 멋진 연애 행각은 직접 봐야지? [응, 나도 사실은 ‘재밌는 여자’가 제일 좋아.] 더워서 사소한 것들부터 짜증나는 여름밤에 강추! 아, 환타지 화면이 너무 현란해서 서사가 다소 묻혀버리는 경향은 어쩔 수 없으려나.

줄리앙: 소피는 내 좋은 친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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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봤겠는가? 당연히 ‘세계에서 제일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제니퍼 애니스톤 탓일 공산이 크다. 그리고 ‘킬빌 vol.2′를 e-Donkey로 구하다 덜컥 놀란 가슴 탓에 새로운 영화 구하기도 신통치 않았던 때문이다. 하필 두번째 CD, 거의 다 받았는데, 우울하게 CANCEL을 눌러야하다니. [사실 너무 미국적으로 생긴 제니퍼 애니스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영화는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의 벤 스틸러가 또 ‘특별한’ 레이첼을 만나서, ‘미트 패어런츠’ 같은 작품들 근근히 찍는 ‘존 햄버그’ 감독과 작업한 로맨틱 코미디이다. 오직 제니퍼 애니스톤 장사 맞다. 꿀꿀한 날에는 선남선녀가 연애하는 영화 보는 것이 위로가 제법 되는 편이다, 어이없게도.

결혼에 어이없게 실패한 결벽주의자, 보험애널리스트인 스틸러가 중학동창인, 자유분방의 히피 여인 애니스톤을 만나 사랑하게 되는 과정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다. 배경은 늘 괜히 사랑스러운 ‘뉴욕’이고, 보험애널리스트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것이 흥미롭다. 배우자를 고려할 때도 자신만의 리스크 관리 프로그램[갖고싶더라.]을 돌려야하고, “출근길 차에 치일 확율은 0.013%” 따위를 외우고 다니는 계산쟁이. 덕분에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버렸다. 이에 비해, 살사와 인도 음식, 유목 생활을 즐기는 웨이트리스 애니스톤은 그런 고지식한 그가 딱하기만 하다.

둘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일어나는 변화가 재미있다. 물론 스틸러가 살사댄스도 열심히 배우고, 바닥에 떨어진 과자를 주워먹으며 그녀에게 마지막 구애를 하는 것이 클라이막스일만큼, 인물의 변화는 스틸러에게 쏠려 있지만, 애니스톤에게 일어나는 변화도 만만치 않다. 디지털과 기계라면 질색인 그녀가 ‘열쇠찾기’(Keyfinder - 호출기능? 우리집 리모콘에도 달아주길.)를 일상 곳곳에 사용하게 되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랑이란 어쩌면 서로 주파수를 맞춰가는 과정이 아니겠는가.

그렇다고 이 영화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은 마음은 없다. 우선 비슷한 소재를 다루는 영화들인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완성도에 어림 없으며, 특히 최근(?) ‘Anger Management’보다 맛깔스러움도 훨씬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담 샌들러, 잭 니콜슨이 하모니를 이룬 ‘Anger Management’ 쪽이 자기도 모르게 소심쟁이가 되어버린 도시인들에게 울릴 반향이 크겠으며, 말그대로 더 ‘코믹’하기 때문이다. 대신 이쪽은 제니퍼 애니스톤이 애쓰는 정도? 아쉽지만, 지루한 일요일 오후에도 많이 부족한 수준이다.

- 명대사라면?

“미국인 6명 중 1명꼴로 소변 보고 손을 안 씻으므로 하루 230명이 출입하는 술집에서 서비스로 주는 땅콩엔 적어도 39명의 오줌 묻은 손이 닿았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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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선라이즈’의 두 가지를 바꿔보자, 유럽의 비엔나를 아시아의 동경으로, 주인공 청춘남녀를 중년 영화 배우, 그리고 우울한 신혼을 보내고 있는 여인으로 말이다. “사랑의 블랙홀”, “밥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등을 통해 너무나 유명한 빌 머레이 - 내가 좋아하는 - 가 나온다고 하기에 어렵지 않게 구해서 챙겨 보았다. 아, 너무 지루했다. 영화보다가 잘 안 자는 편인 나인데도 불구하고, 세 번이나 잠에 빠지는 통에 네 번 영화를 다시 틀었어야 했다.

참으로 미국적인 얼굴인 빌 머레이가 영화에서 일본, 나아가 아시아를 조롱하는 듯한 눈빛을 짓고 있는 것 같아 짜증이 가끔 났다. 이는 그 시선은 분명 조롱이 아닌 그 따뜻하고 정감있는 시선이며, 또 일본의 풍경에 대한 신선함에서 기인하고 있는 것임이 틀림없다고 좋게 보아 넘기지 못하고, 여전히 제국주의의 망령에서 나 혼자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내 탓일까? 글쎄..

일본이라는 풍경이 가져올 수 있는 신선함도 ‘애-이-시-안’인 내게는 없고, 주연여우의 분위기나 미모도 보통 - 반대라면 용서가 됐을까? - , 우울한 중년남과 소외된 30대 여인의 모습은 눈 앞에 늘 널려있는 걸. 아, 고독함이 중요한거라구? 고독함과 심심함은 정말 얼마나 많이 다르긴 한 걸까, 그러니 내게 이 영화는 세 번이나 잠에 빠지게 하는 것이지 말야. 그리고 둘이 섹스하지 않는 것은 영화를 고상하게 만들기 위함이었는지 몰라도, 꽤나 부자연스러울 지경이었다.(이건 내 사상의 문제야?)

문제는 영화에 있지 않았다. 그 영화를 보면서 영화 ‘비포선라이즈’가 생각났던 것이 문제였다. 어렸을 때 그렇게나 마냥 좋아하고 아끼던 ‘비포선라이즈’를 이제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것 같다. 이는 내가 이제 쬐금 컸다고 그 영화가 애들이나 좋아할 수준이라고 내팽개치고 싶은 마음이거나, 아니면 그 당시 내 촌스러움과 미숙함을 확인하고 싶지 않기 때문은 더더욱 아니다. 그 영화를 보며, ‘사랑’을 꿈꾸던 내 모습을 돌아보다 이제 십 년 남짓의 세월을 겪어내며 변해버린 내 모습이 역겨워져서 몰래 구토라도 할까 염려되었기 때문인 것이다.

이 영화 프란시스 코폴라가 제작하고, 그의 딸인 신예 소피아 코폴라가 감독을 했다는데, 뭐 다른건 잘 모르겠고, 두 사람이 동경 - 7일간 따뜻한 진심의 communicate를 했다는, 영화 포스터에서 그들이 7일동안 한 일이 그것임을 알 수 있었다(笑) - 에서 헤어지는 시퀀스와 그 표정들이 참 맘에 들었던 것은 인정하겠다. 특히 대사의 음향을 꺼버리고, 귀엣말을 주고 받는 모습만 제시한 후에 따뜻한 키스와 함께 돌아서는 남녀라니… 그래, 어쩌면 그 귀엣말을 통해서 빌 머레이들은, 그리고 제시들은 다시 만날 수 있었을까?

샬럿; 여기 다시 오지는 말아요, 여기서 이보다 더 즐거울 수는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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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척집에서 지낸다는 것은 때로 자신의 자유의지와 상관없는 일들을 치뤄야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얼마 전인가 작은아버지께서 나와 길현이를 데리고 친구댁을 갈 기회가 있었는데, 그 집에서 우리가 심심해할까봐 걱정한 나머지 “동갑내기 과외하기” 비디오를 틀어준 것이었다.(사실 이것은 어린이들을 동반한 어른들이 어린이들을 조용히 만들게 하기위해 구사하는 전략과 같은 맥락이다.) 역시 따라갈 때부터도, 그리고 비디오를 틀어줄 때에도 별다른 발언권이 보장되지 않던 나는 묵묵히 그 비디오를 봐야했었다. 그래서 나마저 “동갑내기 과외하기 400만 열풍!!”에 동참하게 된 것이었다.

보고나서 당장 떠오른 생각이라면 “이게 정말 400만이 들었단 말이야?”였다. 무식한 나머지 고급독자 층에 가본적이 없는 내게도 정말 대중문화 수준을 심각하게 의심하는 순간이었다. 요즘은 입소문 없이는 아무것도 안되는 형국인데, 과연 이걸 보고 타인에게 권해줄 수 있단 말인가? 거대흥행작들을 피한 절묘한 개봉(확실치 않지만?)에서 온 마케팅 효과일 수도 있겠지만, “해도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우리는 영화라는 소비재가 가져다주는 효용을 잘 알고 있다. 무엇보다 “연애”하는 데는 꼭 영화를 봐야한다. 특히 더구나 처음 서먹서먹한 사이일 수록 영화는 여러가지를 참 매끄럽게 해주기 때문이다. 일단 수줍게 전화((조금 구식인가? 때로 내숭 넘치는 구식도 필요한 법이다.. –; )해서 “데이트”란 행사를 치루기에 적절하리라 판단되는 극장가에서 만나서 표를 산다. (이때 표가 바로 있으면 곤란하다. 대략 한시간 정도가 비어야한다.) 그러면 같이 기다려야 하므로 한 잔의 차를 마시고, 영화가 끝나고 저녁 식사를 먹으면 딱이다..(식욕 충족 이후에 성욕 자극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독신을 고수하는 이상한 혹자는 언젠가 이후로 남자와 밥도 한끼 안 먹었다는 썰을 푸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자신은 고된 수양의 길이라하겠지만, 여느 경우들처럼 욕구를 결코 잊지 못하는 일종의 변태라 하겠다^^) 결과적으로, 한 번의 약속으로 가뿐히 세 번의 장소 변경과 대화의 기회를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말주변이 없는 이들에게 영화와 관련된 시시한 화제거리까지 제공하니 참으로 적절하다. 대개 연애라는 것이 말이 트이는 순간(중후반의 연애에 이르러서도 그 단계에 못 이르는 바보들이 있기도 하다^^ 아니면 그런 차원들을 별로 필요치 않는 이들이던가..)이 오기까지는 많은 난관과 애처로움을 동반하니 영화라는 매체는 부끄럼 많은 우리들에게 얼마나 편리한가. 거기다 어두컴컴한 공간에 둘이 존재한다는 존재적 사실이 또 많은 것들을 생산하는 모양인데 그 얘기는 여기서 따로 않겠다. 그리고 서로에게 싫증내기 시작한 말 잘 안 통하는 오랜 연인들에게도 ‘영화보기’란 적절한 킬링타임 거리가 되어주기까지 하는 법이다.(그래야 나 “연애해요!”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 익히 알고 있을 내용인 “영화보기”라는 고전적이고 훌륭한 수법을 위에서 분석해보았는데, 결국 이래저래 딱히 볼 것이 없어도 연애를 하거나 혹은 꿈꾸는 젊은이들은 이성과 영화를 챙겨봐야한다는 이야기다. 그것이 재미가 있던지 없던지 간에 말이다. 나는 그래서 이러한 시장구조 탓에 ‘동갑내기 과외하기’가 400만 돌파에 성공하지 않았을까 싶다. 주제도 별로 어렵지 않고, 한국말이라 자막 읽을 필요도 없고, 이쁜 사람들이 나와서 재롱들도 잘 떨어주니 말이다. 어려운 얘기하거나 어려운 화면 접할 일도 없는데다(결국 시트콤 수준이라는 이야기다..) 나도 누군가에게 연애를 걸고 있는 입장이었다면 무심결에 봐버렸을지도 모를 일이지.. 그러나 문제는 텍스트의 수준이 심각하다는 것이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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