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부터 시작한 “얼렁뚱땅 흥신소”는 무너져가는 건물에서 월세 근근히 내며 버티는 태권도 사범, 만화방 주인, 점카페 여주인 세 사람이 우여곡절 끝에 황금을 찾는 모험을 떠나게 되는 이야기이다. 출연거부한 새라를 죽게 만든 “프리즌 브레이크 시즌3″는 갈수록 답답해지고, 한국드라마들도 대선 탓인가 왕 얘기들만 늘어놓고 있어 챙겨보는 드라마가 없던 요즘, 이 작품이 더욱 신선하게 다가오는 듯하다.

보물찾기라는 부담스러운 소재에도 불구하고, “연애시대”의 박연선 작가는 이번에도 지난 작품들처럼 소박하고 진실되게 30대 인물들의 삶의 모습을 잡아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50만원을 주고 고양이 찾아오라고 하니 50만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식이다. 다들 울부짖는 그놈의 돈이 없어 군만두 내놓으라며 짜장면 배달원에 투덜거리고, 가짜 명품으로 치장하고, 때로 노숙까지 하는 처지들이지만, 그렇다고 로또 맞기 전에야 인생 크게 변할 일 없다는 30대 중반의 남루함에서 얻어지는 편안함이 드라마 전체에 깔려있다. 태권도장 관원수가 줄어들 때마다 철렁하고, 고르는 척하며 만화를 훔쳐보는 고딩들이 고민스럽고, 길에다 찌라시 붙이러 다니던, 어제와 내일이 같은 일상에서 벌이도 시원찮은 소사장님들이 인생을 바꿀 모험을 만나는 것이다.

서울 광화문 일대가 세련된 톤의 화면으로 - 조명인지 필터인지 CG인지 - 그려지며, 주인공들이 기거하는, 간판이 더덕더덕 붙은 태권도장 건물이 데자뷰인 듯 정겹다. 모처럼 이승환 씨가 OST, “슈퍼 히어로”로 참여한 모양이다. 배역에는 예지원이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하고, 미모의 이은성을 비롯한 개성 넘치는 다른 배역들도 적절해보인다.

인생의 시간 상으로는 3회말 정도일 텐데도 이미 7회말 정도 지난 것 같다는 꿀꿀한 생각에 사로잡히는 30대에 다시 역전 홈런의 찬스가 찾아온다면? 드라마는 “장사 몇 달 동안 안 해도 그만”의 남루한 일상 속에서 시작하는 모험을 그리고 있다. 우리도 하루하루를 다시 꿈꿀 수 있도록, 가슴뛰도록 만들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은 아닐까, 더 늦기 전에 우리만의 황금 - 돈 말고 - 을 찾아 떠나야 한다.

[KBS2, 월화 9:55~]
얼렁뚱땅 흥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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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이나 커피가게 등에서 - 심지어 사무실에서? - 닌텐도 DS Lite(NDSL) 게임기를 즐기는 풍경이 흔히 목격된다. 더욱 모바일, 유비쿼터스가 강조되는 시대이다보니 휴대용 기기들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한다. 그럼에도 아이러니는 베스트셀러가 된 NDSL이 경쟁기기들 중 성능에 있어 최고가 아니라는 점이다. NDSL은 월등한 하드웨어를 갖춘 소니의 PSP를 게임의 오락성과 이용자 저변확대를 통해 거뜬히 넘어섰으며, 이러한 철학의 동일선상에 있는 닌텐도의 가정용 게임기인 Wii 또한 Xbox, PS3 등을 제치고 있어 닌텐도사는 90년대의 슈퍼패미컴 이후 재부흥기를 맞이하고 있는 중이다.

오락성? 과연 진정한 게임의 재미란 무엇일까. 인기장르 흉내내기에 급급한 채 오직 그래픽과 사운드에만 천착하고 - 마치 D모 영화처럼? - , 진입장벽이 잔뜩 높아진 게임세계에는 10-20대 애호가들만 붐빌 뿐이다. 그러한 가운데에 평범한 사람들도 게임을 즐기고 싶어하는 욕구와 수요는 나날이 증대되고 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여가시간은 은근히 늘어났으며, 우리는 더욱 섬처럼 고립화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복잡한 게임을 새로이 배우기엔 월급봉투에 지친 현대인은 너무 피곤하다. 게다가 공을 들여 복잡성의 장벽을 통과하더라도 재미가 찾아올 확률은 여전히 의심스럽다.

닌텐도는 까탈스우면서도 구매력은 불안한 10-20대들이 주도하는 시장에서 이전투구하는 대신, 어렸을 적 마리오의 향수를 간직한 구매력 있는 이들을 공략한 것이다. 공주를 구하는 단선진행에 간단한 조작으로 아기자기한 모험이 가득했던 마리오를 어찌 잊겠는가. 복잡하지 말고 지루하지 말 것, 그리고 모두를 신나게 할 수 있을 것! 바로 게임의 재미, 즉 오락성일 것이다. 닌텐도가 마리오의 초심으로 돌아가 가상현실의 추구가 아닌 오락성 본연에 충실한 게임들로 라인업을 채운 것이 많은 이들의 호응으로 돌아왔다.

아무튼 긴 사설 끝에 최근 매료된 게임이란 아래 두 개. 진정으로 게임을 사랑하는 동생에게 취직한 이제는 눈치 안 보고 게임을 즐겨도 된다는 상징적인 의미로 선물했던 NDSL을 주말마다 빌려달라고 조르는 NDSL 소일의 요즘이다.

[동키콩 정글 클라이머]
DK's jungle climber

- 슈퍼마리오처럼 계속 오른쪽으로 나아가는 게임, 오른손/왼손으로 바나나 먹으며 암벽등반

[Elite Beat Agents]
elite beat agents

- C가 푹 빠져버린 게임, 세계에는 우리의 응원(?)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다. 친구 L의 추천.

덧. 아무래도 C를 위해서도 NDSL 한 대 더 살 것 같다.


파피용 - 6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뫼비우스 그림/열린책들
[ 여기서 구매하세요, TTB ]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파피용”을 연휴를 맞이하여 단 이틀만에 독파할 수 있었다. 400쪽에 조금 못 미치는 적지 않은 분량이었으나, 복잡하고 난해한 문체나 내용이 아니어서 읽는 데에 그리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물 흐르듯 시원시원한 서사에 비해, 베르베르 작품들의 특징 중 하나였던 작품이 담고 있는 풍부한 정보량은 이전의 호평받은 소설들 - “개미”, “타나토노트” 등 - 에 비하면 다소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작가도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터, 그가 최근 영화감독으로의 변신을 모색하는 이유가 아닐까 의심스러웠다.

“파피용”은 거대한 우주범선을 타고 새로운 지구를 찾아 천년간의 우주여행을 기약하고 지구를 탈출한 14만4천 명의 개척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시속 200만 킬로미터로 달려도 천년은 가야할, 수십 대에 걸친 대장정인 것이다. 그러한 그들이 천년을 생존해야하는 공간은 지구와 유사하게 꾸민 32km X 0.5km의 원기둥, 우주범선에는 지구의 허물을 벗고 날아오른 나비 - 파피용 - 의 두 날개처럼 태양에너지를 동력으로 하는 두 개의 돛을 달았다. 작품은 파피용 호의 계획 단계부터 우주여행 천년간을 거쳐 마지막 이주까지를 다룬다.

나는 그의 작품들 중 가장 빼어난 것으로 가사를 통한 영계 탐사를 그린 “타나토노트”를 꼽는데, 이번 작품이 우주라는 미지 영역에 대한 탐사인 점을 보아 특히 설레였고, “개미”에서 볼 수 있었던 것처럼 군집 사회에 대한 깊은 고민까지 심도있게 다룰 것이라 기대하였다. 애석하게도 이번 작품에서 그런 고민들은 깊이 있게 그려지지 못한다. 우주여행에 예상 외의 문제는 없었는지, 왜 14만4천명이어야 했는지 인위적인 인간공동체 실험에 대한 깊이있는 고찰의 부족 등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군인, 정치가, 종교지도자들을 제외하고 낙천적이며 선량한 사람들만 모여서 살게 해도 왜 세계평화는 오지 않는걸까. 다시 말해, 혁명 후의 유토피아는 가능한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늘 어렵다. 이는 내가 여전히 노동운동이나 연대라는 단어들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상에는 나쁜 사람이 많은가, 좋은 사람이 많은가. “좋은”이란 과연 무엇인가?

14만4천의 인위적인 인간공동체 실험에 대한 부분들이 더 깊이 있게 다뤄졌다면 “파피용”은 더 좋은 작품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의 아담, 이브와 뱀의 얕은 패러디는 작가에 대한 깊은 실망으로 남았다. 그럼에도 “파피용”은 우주 탐사라는 소재의 신선함에 개성있는 등장인물들과 수려한 삽화 등으로 가을날에 후다닥 읽어제끼기엔 좋은 책 - 표지도 그럴싸해보이는? - 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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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미드, 프리즌 브레이크의 석호필이 지난 주에 돌아왔다. 미국 시간 기준으로 월요일마다 방영될 예정이다. 오래 기다렸던만큼 참신한 이야기로 돌아왔는가 하면, 대개의 3부작들이 그러하듯이 재탕에다 억지스러운 전개로 흐르진 않을까 염려되는 첫번째 에피소드였다. 그래도 이미 여기까지 왔다면 별 수 없다.

시즌 2의 마지막 에피소드는 석호필과 마혼, 벨릭이 파나마의 “소나”란 감옥으로 재수감되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데, 탈출의 배경이 될 이곳의 생태와 탈출의 이유가 시즌 3의 첫 에피소드에서 제시된다. 소나는 군대에 의해 외곽만 경비될 뿐, 간수들도 떠나버려 어떠한 인권도 보호되지 않는 죄수들만의 정글이며 서부시대처럼 결투 법칙이 존재하는 최악의 감옥이다. 언제나 어디서나 자신의 곧은 성격을 굽히지 못하는 석호필은 소나의 제왕에게 미운털이 박혀 한 사람이 죽어야 끝나는 맨손결투에 처하게 된다.

시리즈가 길어지면서 The Company를 둘러싼 에너지재벌 음모이론은 갈수록 앞뒤가 꼬여만 가는데 어떻게 그 베일을 온전히 벗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번에도 석호필을 최악의 감옥으로 보낸 것은 The Company, 그들은 마혼과 티백을 조력자로서 소나에 함께 집어넣고 누군가를 외부로 탈옥시키라고 석호필을 협박한다. 지난 시즌들에서 암호들이 난무했던 것처럼, 석호필에게 “베르사이유”라고 적힌 메시지가 주어지며 첫 편은 막을 내린다.

석호필은 “그 일” - 탈옥, Prison Break - 을 또 하기 싫다고 말하지만, 그는 지난 시즌까지 자신을 추격하던 이들과 낯선 지옥을 새로운 방식으로 탈출해야 한다. 석호필을 지켜보는 재미는 탈옥이란 대난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설계하는 치밀함과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임기응변, 즉 전략과 전술의 묘미이다. 전 시즌들에서는 수감 전후로 탈옥과 도주를 계획하고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 에피소드 간의 유기적인 결합과 복선 구조들이 가능했던 데 비해, 시즌 3는 그렇지 못해 길고 긴 퍼즐을 풀어가는 재미 없이 그저 억지스럽게 전개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그럼에도 ‘어제의 적은 오늘의 친구’, 마혼, 벨릭, 티백과 한 편이 되는 - 로드런너와 코요테가 힘을 합치는 - 작은 재미도 기대된다. 이제 에피소드의 첫번째인 만큼 계속 믿고(?) 지켜볼 일이다.

석호필이 항상 강조하지 않았던가, “Just have some faith…
석호필과 새라가 “live ever happily after” 맺을 그날까지 모두의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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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시던 제이슨 본, 주말까지 잔업에 시달리는 통에도 꿋꿋이 영화를 챙겨보았다. 영화는 3편까지 끌고 온 부담을 무난하게 극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려도 좋을 정도였다. 바쁘게 짧았던 1시간 50분의 러닝타임, 지난 편들처럼 쫓고 쫓기며 세계를 누비다 영화관을 나섰다.

ultimatum

“블러디선데이”의 폴 그린그래스는 이 시리즈로 인해 자신의 이런저런 실력을 충분히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 스키 타다 뒹굴며 넘어질 때의 기분이랄까? 무슨 일이 생기고 있는지 알고 있음에도 피사체가 눈에 제대로 잡히지 않는 긴박함이 탁월하다. C가 “슝슝슝”이라고 표현한 본의 격투 장면은 “해피피트”의 음악을 맡았던 파웰의 솜씨까지 더해져 모두의 숨을 멎게하는 그린그래스의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잡았다. 거기에 군중들 속에서나 차를 타나 날렵하고 시원한 화면들이 가득하다. 워털루역에서 신발 끈을 고쳐매라는 본의 말을 듣는데는 나도 같이 철퍼덕 주저앉아 숨고 싶었다.

본 시리즈의 특징은 계속되는 긴박한 활극 속에서도 흥분하지 않는 차분한 진행이다. 헬기를 향해 차를 던지지도 않고, 도로에 요트까지 늘어놓지 않는 차가운 현실성이 매력이다. 다큐멘터리에 능한 감독답게 “KBS 인간극장”의 CIA요원 에피소드의 구도로 보일 정도이다. 본은 어떤 첩보물의 요원들보다 더 강력하고 민첩하지만, 그는 그저 투박하고 과묵한 아저씨이다. 세상에서 제일 잘 싸우면서도 누구보다 싸우기 싫어하는 그는 인기가수도 직업일 뿐이라고 외치던 어떤 가수처럼 길가에 떨어진 쓰레기 치우듯 적들을 제압하며, 빨래 걷으러 나온 듯 지붕과 지붕 사이를 뛰어넘는다.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시절부터도 이미 ‘그들’은 모든 걸 알고 있었는데, 구글도 미 정부에 협조한다는 9/11 이후의 지금은 어떠할까. 시리즈가 길어지다보니 - 꼬리가 길어지다보니 - 아쉬운 부분들이 없을 수는 없다. 모든 전화통화를 듣고 있으며, 타국의 CC-TV까지 조작할 수 있는 마당에 어찌하여 본이 뉴욕을 태연히 걸어다니게 둘 수가 있는가.[당신이 이 글을 읽고있다는 것도 어딘가에 분명히 남아있을 것이다.] 영화는 뉴욕부터 모로코까지 줄기차게 세계를 누비는데 한편으로 본은 무슨 돈이 있어서 저렇게 계속 세계를 여행할 수 있을까도 궁금했다.

이번 편의 히로인은 우연찮게 얼마 전에 친구 S가 거론했던 줄리아 스타일스이다. S는 그러한 스타일에 매료된 적이 있다고 고백했지만, 그녀는 어쩐지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에 어울리는 배우인지도 모르겠다. 오션 시리즈에서는 늘 2%가 부족해 조롱받던 맷 데이먼이 이 시리즈에서는 고뇌하는 첩보원의 묵직한 내면 연기를 소화해내며 자신의 이름값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첨단장비라고는 오직 대포폰이 전부인 본처럼 그도, 이 영화도 세 편을 거치며 묵묵히 성장한 것이다.

영화의 결말은 문제의 “블랙브라이어” 작전에 대한 공개 청문회가 열리고, 관련된 요원들이 연행되는 것으로 끝이 난다. 그래서 과연 미국의 공작이 줄어들까? 아마 화이트, 레드, 블루 브라이어들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다. 본과 같은 요원은 수천개의 공작 작전들의 일부일 뿐이며, 그 중에서도 장기판의 말 하나일 뿐인 것이다. 블랙브라이어는 어쩌면 실존하는 “블랙워터”에 대한 패러디인지도 모를 일이다.

따질 사람을 찾아 무려 세 편이나 세계를 헤맨 본은 결국 자신을 이렇게 만든 사람을 찾았다. 답은 언제나 그렇듯 멀리 있지 않았다. 세 편 중 마지막이 가장 나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보기드문 3부작이라고 본다. 이후로 다시 본을 보기 어렵게 되었으니 첩보물 장르를 선호하는 나로서는 아쉬운 마음이다. 앞으로 데이빗 웹 대위는 뭘하고 살까 궁금해진다. 아, 아마도 줄리아 스타일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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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J ★★★★☆ 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