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교적 쾌적했던 에어프랑스 편으로 워싱턴에서 저녁 5시에 출발하여 8시간 여를 대서양을 날아가니 Paris가 나타났습니다. 현지시간은 우리나라와 8시간 정도 차이가 나는 아침 6시 30분이었습니다.
- 워싱턴에 가는 과정에서 이미 비행기를 세 번이나 탔으므로 국제선에 익숙해졌다고 자신만만하였으나, 문제는 대륙에 떨어지면서부터 발생했지요. 배낭을 찾지 않은 채로 입국 수속을 마치고 게이트를 통과해버렸던 것입니다. 표지도 주의해서 안 살피고선 따로 짐이 없던 여자를 생각없이 따라간 것이 문제였습니다.(익숙한 척하다가..--; )
-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묻다가 심지어 공항의 다른 터미널까지 갔다오고 30분 가까이를 쇼한 끝에야 마지막까지 쓸쓸히 돌고 있던 제 배낭을 찾았습니다. 뛰어다니는 통에 땀으로 흠뻑 젖고, 머리속에는 '아, 어리버리하면 소매치기의 표적이 된다던데..' 등 온 생각이 다 떠오릅니다.
- 뭐 다 아시겠지만, 공항에 가서 항공권을 제시하고 비행기 좌석 배정 받을 때(Boarding이라고 하는?), 짐을 부치면 그 짐이 함께 비행기를 탔다가, 내릴 때에 Baggage Claim이란 팻말을 따라가 타고온 비행기에 맞는 창구에 서있으면 손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정말 간단한 일(팻말들로 친절하게 안내되어 있습니다)임에도 유럽에 도착하자마자 어리버리대고 있군요, 그러나 이와 관련된 더 터무니 없는 일이 이태리에서 또 발생합니다.
- 입국 수속에서의 해프닝..
"Where are you going to stay?"란 이민관의 무성의한 유일한 질문.. 그에 따른 제 어이없는 대답..
"Paris~?".. 그랬더니 한 번 쳐다보곤 입국도장 찍어주더군요, 하핫..
- 자, 우여곡절 끝에 짐을 찾고 면세점에서 일반 '던힐'인줄 알고 구입한 맛없는 DunHill International 담배를 꺼내 피워문 뒤.. 공중전화로 한인민박집들에 전화를 걸어서 숙소를 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국제학생증 카드 계좌에 돈을 충전시켜서 전화카드로 사용, 나라마다 전화카드를 따로 구입하는 낭비를 줄여보려 했습니다만..
- 8월초니 아직 성수기이므로 자리가 잘 없는 모양입니다. 그렇게 대여섯 군데를 걸어보다가 결국 "XX문 민박"이란 곳에서 자리가 있다고 오라 했는데, 너무 멀다 싶어서 바꾸어볼까 하고 다른 곳에 걸어보다가 또 그 전화가 눌러졌네요. 민망 --; (이름이 두 개였나봐, 치사해..)
- "두 번이나 전화가 걸리다니 이건 뭔가 있다, 가봐야겠군" 싶어서 그냥 까불지 않고 좀 멀어도 가보기로 했습니다. 중심가에서 한 30분 가량 떨어진, 분홍 지하철의 끝, 종점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 이건 절망이야! 공항에서 한 시간 가까이 지하철로 이동해서 짐을 푸는데, 정말 신선한 충격입니다. (어둡게 노출 연출)
"아, 내가 꿈꾸던 유럽대륙 여행, 호텔까진 바라지 않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딱 무너져가는 논산훈련소 막사 분위기였습니다. 그리고 관리하는 아해는 "여기 쓰세요" 한 마디와 함께 사라져버리고.. 짐도 채 풀지 않고 저 침대에 그대로 누워서 영화 "Bad Boys 2"에서 소개된 필살 명상을 15분간 구사했습니다. 좀 속상해도 이제 다시 모든 것이 현실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 그럼에도 이곳이 전화가 두 번이나 걸려진 이유가 있었지요! "고주현연구소 유럽 현지적응 지원팀"이 출현한 것입니다.
- 지하철 역에서 내려 민박집에서 안내해주러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데, 어디선가
"국문과시죠?"
친근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온 가장 오른쪽의 남자! 그렇습니다. 군대 가기 전 "문과대학 농구리그"에서 독문과의 Center를 섰던 희재, "0.1 ton"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던 친구(지금은 살빠졌네^^)였습니다. 농구하며 서로 얼굴만 알고 지내던 사이였는데 이국땅에서 같은 학교 사람을 만나니 마냥 신기하고 반갑기만 했습니다. 그 친구는 민박Pack(별게 다 있어?)으로 이미 10여일째 여행일정을 진행해온 터였습니다. 저와 가까운 민박집에 묵고 있었는데 그도 파리에 그 날 들어왔더군요.
- 역시 "고주현쇼"의 제작자들은 현지 적응 지원팀을 배정해 두었던 것이었습니다. 아, 그를 만났으니 이것저것 물어보면 유럽에 대한 "깜"이 좀 올 것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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