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은 전기니까 괜찮아

August 17, 2015 3:32 AM | Comments (0)


휴가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 동서울 톨게이트를 통과하자마자 정말 폭우가 쏟아져 모든 차들이 비상등 켠 채 엉금엉금하고 있었다.

피곤하신 엄마께서는 주무시고 계셨고, 서준이가 빗길 운전에 예민해진 나를 달래듯 설명해주었다. "태풍은 전기니까 괜찮아." (그래, 번개가 전기란 이야기 뭐 그런건가?)

93.1 라디오에서는 이름모를 가수의 넬라 판타지아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서울은 곧 개었다. 톨게이트를 지난 후라서 서울이 더 포근해보였을까. 아니, 딱히 한 것도 없으면서 휴가랍시고 어디 다녀올 수 있는 지금의 삶에 감사하는 마음이 맞다.

몇 년 전 서준이와 제주도에서 우유 사러 나섰다가 애월읍을 뜻하지 않게 드라이브하게된 어느 휴가의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 우리 평생에 마음에 남는 휴가는 결코 몇 번이 되지 않을 것이며, 그 기억들도 몇 초들 뿐인 순식간들이지 않을까. 하지만 상관없다. 태풍은 전기니까 말이다.

201508_pyongchang.JPG

"난 이걸로 충분해. 바로 지금 이 순간은 나의 것이니까."
- from love & dru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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