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바인더, 머피의 법칙

September 4, 2010 10:02 AM | Comments (0)


나는 숫자 꿰매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보니 신입 때부터 보고 들어갈 때에 꼭 두툼한 바인더를 갖고 들어가는 편인데, 바인더에 계속 이것저것 끼워넣다보면 자연스레 제법 두꺼워지게 마련이다.

네임드(83렙위버몹, 임원급)에게 강타를 맞을 때(예상하지 못한 질문이 나올 때), 우선 아둥바둥 머리 속 숫자로 버티거나 상식에 호소해보고(방벽/신의가호 사용), 다행히 필수적으로 숙지하고 있어야할 내용이 아니었다면 자료를 찾아볼 기회(최저/신축 사용)가 주어진다. 그럴 때 바인더가 너무 두껍거나 잡스럽게 뭐가 많으면 보고자 앞에서 10초 내에 자료를 찾지 못해 낭패(힐 공백에 의한 급사)인 경우가 생긴다.

물론, 필수적으로 숙지하고 있어야 할 숫자를 바로 대답하지 못할 경우에도 자료는 뒤적거려야 한다. 그런 썰렁함이 생기는 보고는 대부분 골로 가게 마련이긴 하다. 내가 아마 메인탱커(주보고자 혹은 팀장급)로 들어가기보다는 서브탱커(실무자)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 그나마 바인더 뒤적거릴 틈이 생기는 것이다. 맨탱이 가끔 필수 공략 - 이를테면 전사에서 20명이 넘게 아는 숫자/내용 - 을 깜빡하면, 바로 공대 전멸(+ 추가 야근)이다. 이거는 뭐 중재 걸린 것도 아니고 다들 말은 못하고 종이 넘기는 소리만 방에 가득.

그래서 바인더는 출전용으로 늘 정비해두어야 한다. 기본 base를 하나 깔고, 보고 테마별로 운용하면 더 좋겠지? 너무 두꺼워졌다 싶으면 이제는 필요없다고 판단되는 자료들을 바인더에서 빼는데, 꼭 정리하고 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보고하다가 그 자료 왜 버렸을까 애석해하며 낭패를 보게 되더라. 이번 case도 과거에 상식적으로 필요해서 당연하게 넣어두었던 내용이었는데 그 data를 갱신을 안하고 그냥 버려서 일어난 일이었다. 아, 긴장을 유지해야 한다.

이번주는 지난 일요일부터 시작해서 4-4-3의 3연전을 치르는 통에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회사에서 혼나고, C한테 혼나고. :) 그리하여 토요일.

주.
- 탱커(tanker): WoW에서 파티의 리딩/몸빵을 맡은 사람. 네임드의 1순위 분노대상자로 공격의 대상이 된다. 흔히 전/보/야/죽.
- 중재: 파티가 전멸할 때 한 사람을 보호막으로 보호하는 기술. 보호막에 걸린 사람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 4-4-3 : 3일간 퇴근시간. AM 기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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